<선택적 진실성>

친구들끼리 밥을 먹는다.

분위기는 좋다. 어제 누가 뭘 했고 시시콜콜 근황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 재미있는 분위기 속, 한 친구가 고민거리를 던진다.

"아 알바사장 개짜증나, 내가 이번에 한 시간 지각했다고 바로 짜르는게 말이 돼? 다른 날은 제시간에 갔는데 이번에 좀 늦었다고..... 나한테 잘해주지도 않았어. 에휴 쫌생이 새끼. 가게 꼭 망해라."

나는 말이 끝나는 즉시 "너 그 전에는 늦은 적 없냐?" 라고 되받아쳤다. 순간적으로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친구가 대답했다.

"어. 한번도 없어."

다시 내가 물었다

"진짜 1분이라도 늦은 적 없어?"

친구는 화난 투로 말했다.

"아 몰라 5분에서 10분 정도는 늦을 수도 있는거잖아. 넌 뭐 그리 대단해서 지적질하고 나서냐? 넌 지각 한번도 안했냐? 내가 짤렸다고, 내가 짤렸다는데 지각 유무가 그렇게 중요해?"

나도 화가 나서 매몰차게 말했다.

"그럼 중요하지. 지각 한 두번도 아니고 니 단톡에 '알바 도착' 이라고 해 놓은 시간 보면 항상 5분에서 10분 늦었었어. 그리고 너 알바 사장한테 일 못한다고 자주 혼났다며? 그럼 일을 배울 생각을 해야지 단톡보면 알바 사장 욕 밖에 안해놨잖아. 내가 사장이라도 자르겠다. 틀린 말 있으면 반박해봐."

친구는 조용한 목소리로,

"에휴 시발, 정의로운 거로 소문 나신 우리 직설남 앞에서 말한 내가 병신이지. 나 간다."

친구들은 그 친구를 다시 데리러 갔고 가기 전에 이런 말을 남기고 갔다.

'에휴 걍 공감 해주면 되지 왜 저러냐'
'눈치 1도 없는 새끼'
'그거 직설적인게 아니라 오지랖이고 싸가지 없는 거야'

나는 멍 때렸다. 내가 잘 말해줬다 싶었는데 내 입장에서는 충고가 남에게는 비난으로 들렸나보다. 직설적인 충고가 나는 좋은 건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그 친구들과 보지 않았다. 그리고 직설적으로 말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서 돌려말하게 되었다. 아니, 진실성이 없는 편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말을 돌려하니까. 직설적으로 말하면 또 무리에서 떨어지니까. 그게 무서워서라도 좋은 말만 해준다. 그게 진실이 아닌 빈 말일지라도.

나는 이제 필요할때만 진실성을 꺼낸다. 그 외에는 다 빈말이나 돌려말하기. 선택적 진실성을 배운 것이다.

참 고맙다 친구들아. 좋은 버릇 가지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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