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환영입니다. 부디 해주세요. 첫번째하고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날은 기억 먼 저곳에서 들려오는 포근하고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눈을 떴다. 머리 위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온 상쾌하고 풍성한 바람은 장난을 치듯 내 몸을 한번 스윽 훑고 그대로 지나쳐 사라졌다. 바람의 상쾌함 만이 남아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상쾌함은 내 시선을 머리 위에 펼쳐진 푸른 하늘로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깨끗한 도화지에 수채화로 그려 넣은 듯한 넓은 하늘과 위로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구름은 웃음기 넘치는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에 내 영혼은 가루로 변해 바람을 타고 창문 틈 사이로 흩어져가는듯 했다. 동화 속의 인형 장인이 방금 만든 인형에 영혼을 불어 넣듯 어떠한 생각도 감정도 잃어버린 내 몸뚱아리에 흩어진 영혼을 다시 채워 넣어 준 건 어딘가에서 들려온 작은 새소리였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온 나는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느끼는 여운 그 비슷한 것에 들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상한 점은 잠결에 들었던 그 멜로디의 근원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귀를 쫑긋 세우고 누워있어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중에 옆 집에 들어가 알람이 울릴만한 전자기기는 전부 뒤적여봤지만 어디에서도 알람이 울린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새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인상은 대단해서 만약 누군가가 내게 그 멜로디를 불러보라고 한다면 멋지게 콧소리를 섞어가며 불러줄 수도 있다. 내가 작곡을 배웠더라면 그 자리에서 악보라도 써줬을지도 모른다. 작곡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확한 계이름과 박자만 알려준다면 나는 기꺼이 멜로디를 세세히 쪼개어 여기는 몇 박자 여기는 몇 박자가르쳐줬을텐데 참으로 유감스럽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할 일을 했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서랍들을 뒤졌다. 이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마땅히 해야할 일. 남의 집에 들어와 잠을 자고 음식을 찾아 주방을 들쑤시고 은밀하게 숨겨진 것들을 들춰보는 것. 이것이 내게 주어진 노동이었다.

냉장고에는 이미 상해버린 각종 야채, 과일, 샐러드들이 가득 차있었고 어디에서도 과자는 커녕 라면 한 봉지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주방을 뒤지는 일 따위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단순한 유흥거리일 뿐이다. 사회자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집의 인테리어를 봤을 때 이 가정은 어떤 가정일 것 같나요? 화목한가요? 아니면 불행한가요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사회자는 능청스럽게 다음 멘트로 넘어간다.

이런하지만 그러실줄 알고 저희가 힌트를 몇 개 준비했습니다! 여기서 힌트를 보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그 첫번째 힌트는 바로주방입니다! 참가자는 주방을 마음껏 뒤져주세요!’

나는 냉장고를 연다. 안에는 각종 야채와 과일, 샐러드들로 가득 차있다. 각종 수납장들도 뒤져본다. 냄비와 식칼, 접시 등 다양한 조리 기구들이 나온다. 다른 가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햄이나 라면 등은 보이지 않는다.

어떠신가요 이제 좀 감이 오시나요? 뭐든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이런 가정일 것 같다 하시는 점이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이 가정은 어느 정도 소득이 있어보입니다.’ 나는 답한다.

오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가공 식품 같은 건 전혀 안보이고 냉장고에는 초록색 밖에 보이지 않아서 아마 이 가정은 채식주의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봤을 땐 채식주의는 대체로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는 분들이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새는 고기보다 야채나 샐러드가 더 비싸잖아요?’

. 참가자 분께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보인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럼 분위기는 어떨까요? 분위기.’

분위기 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답한다. 그러자 사회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두번째 힌트도 보시겠냐고 물어본다. 나는 보여달라고 말한다.

두번째 힌트는 방입니다. 참가자는 오늘 주무셨던 방을 뒤져주세요!’

나는 순순히 내가 잤던 방을 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