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
엄마는 팔꿈치 아래에 깊게 패인 상처가 있다. 크기도 크고 보기에도 흉한 상처였다. 엄마는 8센티 정도되는 길고 두꺼운 흉터를 항상 가리지도 않고 자랑스럽다는 듯 내놓고 다녔다. 초등학교 운동회에도 학부모 참관수업에도 엄마는 흉터를 가리기는커녕 일부로 그러는 듯이 소매가 짧은 옷을 입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흉터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너무 창피했다. 어느 날은 하도 골이 나서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팔에 흉터는 어쩌다 생긴 거야?” 엄마는 티브이를 보다 말고 이제야 상처가 있는 걸 알았다는 듯이 팔뚝을 바라봤다. “아, 이거.” 엄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중학생 때. 누워서 자고 있는 이모 위로 전자레인지가 떨어지는 거야. 그래서 그거 받아내겠다고 하다가 살이 떨어져 나간 거 있지. 피도 엄청나고 너희 이모는 울고 119에 전화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엄마는 상처를 매만지며 그때의 일이 생생한 듯 얘기했다. 나는 상처가 생긴 이야기 보다 엄마에게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엄마한테 동생이 있었어?” 나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물어봤다. “어머, 몰랐니?” 되려 엄마가 놀란 것처럼 되물었다. “나야 몰랐지. 말도 안 해줬잖아 명절에 만난 적도 없고.” “어머머. 그랬니?” 엄마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 한참을 웃었다. “이모는 지금 어디 있어?” 나는 내가 모르던 가족이 생긴 것에 흥분해 물어 보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갑자기 생긴 이모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했다. “너 태어나기 한참 전에 병으로 죽었지.” 엄마는 방금 전까지 웃던 모습은 싹 사라지고, 씁쓸한 미소만 남겨져 있는 채로 대답했다.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애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잔병 치래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20살 넘어가더니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더라고.” 엄마는 말을 하다 중간에 뚝 멈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됐다. 이런 얘기해서 뭐하냐.” 엄마는 내 볼을 움켜쥐고 흔든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엄마의 걷어 올린 니트 소매 아래로 깊게 패인 상처자국이 보였다. 상처가 더 이상 흉하게 보이지 않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좋다
감사합니다
와 잘쓰신다 - dc App
어렵게 꼬지않고 직접 얘기를 듣는 것처럼 담담하게 잘썼다 더 읽고싶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