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헤어 진지 5개월이 지났다. 한창 힘들어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시기는 지났어도, 그리움은 툭 튀어나온 모서리 같아 잊을 만 하면 발에 치이곤 했다. 늦은 오후 때늦은 양치를 하고 있는 도중에도 입구부터 치약을 짜는 나를 보고 네 생각이 났다. 네가 집에 있었을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을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라는, 치약은 꼬리부터 짜야 보기도 좋고 치약도 아낀다는 너의 잔소리가 그리워질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익숙하고도 듣기 싫던 잔소리인데 귀에 익은 너의 목소리가 환청으로라도 듣고 싶었다. 이렇게 한 번 그리움에 치이게 되면 남은 오늘은 온통 너와 있던 시간이 떠오르게 된다.
이럴 때에는 빠르게 네가 잔뜩 묻어있는 집을 빠져 나와야 했다. 평일이라면 회사에서 생각 없이 업무라도 봤을 텐데, 불행한 주말은 산책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영화관도 피시방도 식당도 카페도 차 안은 말할 것도 없이 너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네가 후줄근해 보인다며 싫어하던 후드 집업을 입고 산책길에 나섰다. 집 근처에는 마땅한 공터도 하천도 없기에 대로변을 따라 걷기로 했다. 대로변을 걷다 보면 자동차소음 때문에 귀가 울려서, 네가 싫어하던 노래들만 재생목록에 가득 넣어 이어폰을 꼽고 재생시켰다. 네가 싫어하던 노래는 생각보다 좋은 노래가 많았고 나는 그걸 헤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길을 걷다 보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골목시장이 하나 나온다. 마트에 가면 식자재가 비싸다고, 항상 따라가기 싫은 나를 억지로 끌고 와서 장을 보던 시장이다. 동내 주부들은 모두 모여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이곳이 나는 어색했지만 너는 곧잘 가격을 흥정하곤 했었다. 흥정이 끝나고 여름이면 사과 두 어 개를 겨울이면 귤 한 주먹을 받아오고, 뭐가 그리 좋은지 장을 보는 내내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런 네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한 품에 안아주고 싶었지만, 괜스레 어색해질까 봐 그러지 못한걸 자금은 이렇게 후회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같은 과일가게에 가도 나는 사과를 귤을 얻어오지 못 한다. 아마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미소가 없어서겠지.
시장을 넘어가면 자주 가던 치킨 집이 나온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어 단둘이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다 추레한 꼴 그대로 나와 야식을 먹으로 자주 갔던 치킨 집이다. 우걱우걱 치킨을 씹다가도 나를 보며 “지금 못 생겨서 쳐다 본거지?”라고 물어보던 너에게 쉽게 예쁘단 말 한마디 못해준 게, 그게 치킨 집에 올 때마다 마음에 걸려 못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이라면 진실되고 담백하게 너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했을 텐데, 이미 지나가버린 기회가 후회만 흘리고 다닐 뿐이었다.
그 밖에도 산책 중에는 너와 관련 된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미용실도, 서점도, 토스트가게도, 자주 걷던 거리도. 내 안에 네가 서려있기에 무엇을 보든 무엇을 먹든 네가 생각나고 보였다. 이쯤 되면 그리움을 쫓아낼 수 없다는 것도 수긍하고 받아 드리게 된다. 미련과 후회가 어느새 그리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너에 대한 감정은 미안함뿐 이여야 하는데 내가 참 이기적이라 그러기가 쉽지 않다. 잊어야 한다 생각은 하면서도 네가 어느 날은 치약을 입구부터 짜내서 나를 생각해주기를 바래본다.
저녁에 너무 피곤하다고 대충쓴거 같아 다시 수정해서 올려봅니다.
몽당연필에 침을 바르는 마음으로.
정서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아직까지는 경험의 나열(일기)에 더 가까워요.
정서라는게 어렵네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인지, 감정이 글에 자연스레 녹여들도록 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