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라고 하면, 뭐랄까, 그러니까 글쓰는 사람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저는 머리에 든 게 많이 없어서 마치 도화지 같달까.
전날 어느 한 작가의 글을 읽고나면 다음날에는 반드시 전날 읽은 작가처럼 글을 쓰곤 해서,
아아, 이거 정말 큰일이네 싶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가령 번역이 딱딱한 독일 문학이라던가, 중역을 한 헝가리 소설이라던가,
뭐, 페터 한트케의 소설을 읽은 다음날은 저도 마치 그처럼 문체가
몹시 딱딱해져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문체를 따라하고 싶어도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아니, 따라하기는커녕 읽을수록 감탄해 마지 않는 그런 작가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김승옥 작가가 그러한데, 그의 문장은 항상 예상되는 단어나 어조가 아닌
살짝 비틀어제낀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아아 이 사람은 진짜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문체를 쓸 수 없다, 싶은 것입니다.
이렇게 문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는 다름 아닌 다자이 오사무입니다.
최근 애정하는 출판사에서 그의 단편집 <비용의 아내>와 대표적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인간실격>이 출간되어, 한동안은 다자이의 소설을 단편-장편 할 것 없이 연달아 보게 되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체라함은 주절주절, 끝날듯 끝내지 않고, 사정없이 쉼표를 남발,
그렇죠, 분명 남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쉼표를 늘어놓아서,
소위 '요설체'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보고 있으면 갑갑하고, 또 답답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쾌하게 읽혀서, 제기랄, 이것은 중독이다, 중독이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싶은 지경에 이르러, 결국, 그의 문체를 따라 쓰게 되는 것입니다.
디씨에 글을 쓰는 이 시간도 저는 그저 잠시 할 일이 없는 것도 있고,
아니 사실 할 일은 태산같이 쌓여있는데, 돼지국밥 한그릇 먹고 와서는
배도 좀 식힐겸, 글쓰기 연습 삼아 주절주절 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문갤 여러분들은 다들 자기만의 고유 문체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저처럼 누군가의 문체를 자꾸만 따라하게 되어,
고민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여기에 글을 써봐야 이렇다할 댓글도 안 달리고 해서
뭐 저는 별 기대는 없습니다만,
분명한 건 자기 만의 문체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닌가,
가령 한때 주어와 동사로만 문장을 꾸미려고 했다던 김훈 같은 사람 보면,
과연 저 사람은 자기 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구나 싶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달까.
물론 저도 저만의 스타일, 고유 문체가 분명 있기는 할 텐데,
무명 글쟁이라 책을 사서 봐주는 이도 많이 없을뿐더러,
가끔은 이렇게 특정 누군가의 스타일을 부러 따라 써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고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팔천원짜리 돼지국밥을 처먹었더니, 좀처럼 배가 꺼지질 않는군요.
요즘에는 뭐라도 타이핑 하지 않는 날에는 몹시 심심하여,
문체를 핑계삼아 주절주절 해봤습니다.
이제 오후 근무를 시작해야죠.
탁월한 이야기꾼 !
김승옥이요? 김훈이요? 다자이 오사무요? 저요? 암튼 간에 감사합니다!
황석영 - dc App
좋은 게시물이구만 bb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도 안쓰면 심심한 지경이라...
님 문체 일본소설 표절 한국 소설체같음
다자이 오사무의 문체를 흉내내서 써본 것이니까, 성공한 셈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저의 원래 문체는 이렇지 않습니다만.
내가 극혐하는 문체네. 쉼표 자주 써가며 비슷한 얘기 반복하는 술 취한 사람 같은 문체.
요설체 보면 갑갑하고 답답하고 그렇죠. 저도 본문에서 그렇다고 썼고요. 제 문체가 이렇다는 건 아니고, 흉내를 한번 내보았다 뭐 그런 얘기입니다. 호불호 갈리는 문체는 맞는 거 같습니다.
제가 말한건 쓸데없이 쉼표찍는 졸색한 문체에요
다자이 오사무가 말씀하신 쓸데 없는 쉼표를 겁나 많이 씁니다.
이상우 읽어봐.
아래 적어주신 문장만 보면 요설체라기 보다는 잘 읽히는 만연체의 문장 같네요. 체크해놓고 나중에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량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살아오면서 몇 번이고 그럴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결국 선량함을 증오하게 되는 건 아닌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다가도 이내 눈물이 맺힌 채 잠든 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링이 말해와, 그렇게 타인의 역사와 본성 등을 단순화시켜 이해하려는 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유리한 일일지도 몰라, 나도 알지 근데 그런 식으로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거야. 어느 때는 하루 종일 그들을 모조리 산 채로 해부해버리는 상상만 하니까. 커피 세 번, 추로스를 두 번 더 주문했고 안개 밀려간 창밖으로 젖은 낙엽을 털어내며 한 손엔 버거킹 봉투를 쥔 버스 기사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테이블에 몸을 기대거나,
고개 젖히다가 실링팬에 비친 우리를 언뜻언뜻 스치며 쉬었다. 두 번쯤 졸았는데 눈 떠보면 링도 졸고 있어서 오랜만에 눈앞에서 조는 사람의 얼굴을, 조는 각도로 흔들리는 앞머리칼 사이로 기적 같은 표정과 슬쩍 보이는 치아 사이로 터질 듯 말 듯 투명하게 부푸는 침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이 도시의 골목 끝까지 터져오는 밝음에 눈길을 가느다랗게 이어냈다. 「장다름의 집 안에서」, 이상우.
이건 다자이의 문체가 아닌 번역가의 문체 rip peace
이 글의 문체는 일본어를 번역해둔 것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난 쉼표체 좋아, ㅋㅋㅋ
이분 글 너무 재밌네요 - dc App
예전 순수문학에서 봤던 문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50년 대 유명했던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