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나 에세이를 쓰는데...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

다들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어하는 것 같아. 나는 글로 나를 토해내는 스타일인데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쉽지 않아.

여자친구가 내 블로그 글을 보고 반했다고 하긴 했는데, 여자친구에게도 보여주기 민망한 글들도 있잖아. 

에이포용지 두장 정도 짜리에서 항상 멈추는 것 같아. 더 길게 써본 단편 소설 하나는 중반부터 힘을 잃었는데, 다시 써볼까.

무엇이든 시작은 창대하고 끝이 없는데... 열심히 해보고 싶다. 

이 글도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올린 글이야. 원래 문단 이렇게 안나누고 철저히 하는데 왠지 디씨이기도 하고 반말도 해야하고해서...

그 단편 소설 1화만 읽어봐주겠니? 읽고 욕만 안한다면, 너도 네 글을 보여준다면 나도 기꺼이 읽을게. 욕도 안하고 말이야. 너도 네 글이 읽히고 싶을 거라 짐작한다.

오늘따라 그냥 읽히고 싶었어.

조금 외롭거든.

우리 모두 힘내자.


소설


향연 

1화

1

 

 

 A는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날씨가 선선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산책을 하기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하지만 A는 산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산책은 시선이 필요하다. 나뭇잎이 울긋불긋한 나무들을 보던가, 지금 A가 쉽게 볼 수 있는 파도 치는 바닷가를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외면이 특기인 사람이라 오늘도 땅을 보고 걷는다. 마주치는 이웃들은 언제나 살갑게 인사를 건네나 A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 놓는다. 침실과 화장실 하나, 거실과 부엌은 합쳐진 화려하진 않지만 넉넉한 집이었다. 가구는 나름 고동색으로 일관성을 갖추었으나 물건들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다. 가전 제품들은 구식이었고, 옷 또한 계절과는 연관성이 적었다. A는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를 하나 꺼내 마신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집이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방파제가 파도와 부딪혀 큰 소리를 낸다. 거실과 연결된 통유리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 있다. 6월의 햇빛, 남쪽 땅끝 마을의 살기 좋은 날씨는 그녀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침실에서 한 남자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는 여행을 올 때에도 잠옷을 챙기는 사람이다. 남색 펑퍼짐한 잠옷을 입은 그는 이 마을에 단정한 남색 정장을 입고 이틀 전에 도착했다. A는 우유를 건넨다. 그는 하품을 하며 자신은 유당불내증이 있다고 거절한다. 그녀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외면하며 장바구니를 펼친다. 계란을 두개 깨고 후라이를 만든다. 노른자가 익어 퍽퍽해지기 전에 후라이팬에서 계란을 꺼내고 오렌지 주스를 꺼낸다. 그 사이 남자는 예의 그 남색 정장을 입은 후였다. 계란과 주스를 본 그는 이게 다냐는 듯 그녀를 흘겨본다. 그는 무언가를 바라는 눈길로 A를 쳐다보지만 그녀는 말이 없다. 그는 여행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며 그녀의 SNS 주소를 물어보지만 허탕이다.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통 온다. 그녀의 아버지였다. 잘지내냐는 그의 안부 인사에는 약간의 서운함이 묻어있다. 시골 살기가 팍팍하지 않냐고, 서울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냐 물으시며 가게라도 내준다고 오늘도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신용카드는 왜 거의 쓰지도 않냐며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타박을 시작하는 와중에 그녀는 나가야한다며 전화를 끊는다. 나른한 밤이 오고 그녀는 나갈 채비를 한다.

 항상 앉던 자리에 앉는다. 땅끝 마을이 매스컴을 타고 유명 관광지가 된 후부터 마을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지금 그녀가 자리한 바만 하더라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그녀의 친구가 열었다. 바 자리가 다섯 개이고 둘이 앉을 수 있는 작고 낮은 테이블이 전부다. 비수기라 관광객들이 적어 오늘도 바는 한산하다. 바 주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순박한 시골 청년이 와서 우물쭈물 주도에 대해 일장연설을 해보지만 주인은 설거지를 보며 한숨만 짓는다. 그녀는 가끔은 그들과 얘기를 주고 받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전등 불에 비친 칵테일의 색을 보는데 할애한다.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에 낭만을 심어준다. 그녀가 가장 오래 사귄 남자 친구는 학창 시절 유럽 배낭 여행 때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직장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퇴직을 하고 낭만을 찾아 유럽으로 여행을 온 것이었다. 둘은 트레비 분수에서 처음 입술을 맞대고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그가 새로운 직장을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그녀는 헤어졌다. 직장 상사와 바람을 피워 놓고는 A에게 ‘목석’이라고 성적인 비아냥을 하며 그녀를 떠났다. 그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을 온 것도, 낭만을 찾아 온 것도 아니었다.

 반면 국내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에 큰 낭만을 심어주지는 않는다. 약간 들뜨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이 마을에, 이 바에 온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이 조그만 관광지에서 당일에만 있다거나, 하루 이틀 정도를 묵다가 가는 것이 대개이다. 서울, 부산 등 그들의 출발지는 이 곳에서 어떻게든 반나절 정도면 갈 수 있었고 그들의 핸드폰은 언제나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준비 태세를 하고 있다. 이 바에는 주로 젊은 여성 두 명이 짝으로 올 때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바 한켠에 앉아있는 그녀는 자리를 구석으로 옮겨 양보하기 일쑤였다. 그녀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반응이 뜨거운 지역 특산 전통주로 만든 칵테일을 시켜 사진을 한 장씩 찍은 후 바다를 보러 간다. 달디 단 그 칵테일은 막걸리와 초콜릿 리큐르로 만든 것이었는데 알콜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만들어 파는 주인 조차도 “이걸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말하지만 가게의 주 수입원이니 군말 없이 만들었다. 반면, 그녀는 언제나 독주를 마셨다. 스마트폰도 가방에 고이 넣어 놓는다. A의 핸드폰 카메라는 기능을 한 지 매우 오래되었다.

 

 

2

 

B는 낭만을 지니고 이 마을에 여행 온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유명 사진 스팟에 관심이 없었다. 아침을 버스 터미널 내에 있는 우동집에서 떼웠다. 바닷가를 조금 걷다 근처 횟집 겸 민박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어쩔 수 없이 잡어회 소자를 시켜 소주를 반주로 깨작거린다. 회 한점에 소주 한잔을 먹는다. 어느새 취한 그는 주인 아주머니께 민박집의 방을 묻는다. 빈 방은 많았고 피곤한 상태에서 그는 짐을 풀고 낮잠을 잔다. 어스름이 져갈 때 그는 약간의 두통과 함께 깨어나 다시 바닷가를 걷는다.

 B는 두통이라도 가시게 하려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잠깐의 낮잠이었지만 B는 짧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도 그는 바닷가를 걸었다. 매우 큰 소라를 밟을 뻔 했다. 그는 그 소라를 들고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가 웅얼거리는 소리, 그가 소라를 흔들어보자 한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자가 노래를 부른다.

 

나는 안내 받았어요

보통을 살았답니다

대개 만족했지요

 

다시 소리가 뭉그러져 잘 들리지 않는다. 그는 다시 소라를 흔든다.

 

보통을 살았답니다

기껏 만족했지요

 

갑자기 소라에서 소라게가 기어나오자 그는 깜짝 놀라 쥐었던 소라를 떨어트리고 잠에서 깬다.

 

마침 바닷가가 훤히 보이는 2층으로 된 큰 카페가 있다. 이 마을의 첫 대형 자본이었다. 여행객들은 대개 2층의 흔들 의자에서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을 사람들은 1층을 차지한다. 타지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마을의 젊은이들이다. 마을의 사랑방인 그 카페 1층에서 사람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행객들을 흘끔흘끔 거리다가 마을 누군가에 대한 험담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가 카페로 다가간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퍼지는 담배 연기가 매캐하다. 돌아보니, 한 골목에서 한 여자가 담배를 피고 있다. 재떨이가 놓여있는 그 가게의 출입문에는 칵테일 해피 아워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는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바다를 본다. 점점 더 어두워 지기 시작한다. 그는 해피 아워가 끝나기 전에 예의 그 Bar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