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하우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가 게스트 하우스 지하의 바, 회색 조명 아래에서 술잔을 부딪혔다.

우리 테이블에는 여자가 한 명, 남자가 다섯이었다.

나와 여자만 서울 사람이었다. 나머지는 경상도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마셨다. 나는 창밖으로

지나는 자동차들을 관찰했다. 앞에 앉은 경상도 형이 말을 걸었다.

"마 니는 술 잘 못 뭇나." "아, 예 형님 제가 술이 좀 약합니다."

"천천히 무라."

나는 천천히 소주를 넘겼다. 목구멍이 따가웠다.

앞 뒤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따갑게 귀를 때렸다.

가끔 가다 내 대각선 방향에 있던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눈을 피했다. 그녀도 피했다.


다들 2차를 간다고 했다. 나는 술에 취한 척 소리를 질렀다.

"야이 새끼들아, 담배불 다 안끄나!" 진짜 취했던 것 같기도 하다.


숙소에 올라왔다. 6개의 침대가 전부 비어있었다.

책을 꺼냈다. '무진기행' 몇 페이지 읽다가 책을 덮었다.

무진에 가고 싶었다. 무진과 순천은 다른 곳이라지만, 나는 순천을 찾아왔다.


아침이 밝았고, 나는 늦잠을 잤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씻기 위해 수건을 챙겨 샤워장으로 갔다.

어제 내 앞자리에 앉았던 경상도 형이 샤워장 문 앞으로 나왔다.

얼굴은 회색빛이었다. 눈은 초췌했다.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나는 뒤를 돌아봤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몇 시간 후 나는 무궁화호를 타고 순천을 빠져나왔다.

양 옆에는 안개가 그윽한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