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한 무당집 그대로 걸린 간판 대략 보이는 안쪽 방엔

손님이 북적이지 않고 타자기 소리가 텅텅 울리는데

나는 계산기. 속셈을 하지 않기 위해 살아온 세월이라

그래서 버거운 기운 저울을 가지고 사는데 때때로 평형을 이루는

마침 저녁을 가볍게 먹어 출출한데 카페에 들러 디저트 먹어야지

우두커니 서서 줄을 서면 뭔가 마음이 찬 느낌이 들어

이럴땐 여당을 지지하고 싶어져 하루아침에 끝도 시작도

않는 커피의 크레마를 스트로우로 휘휘 젓고

멀리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통에서

멀리 화산이 분화한 페루의 산골짜기까지

그대로 굳어 사람 형상의 구름

토할 것 같아 술을 너무 마셔서

술주정뱅이 주정뱅이 친척끼리 노름하는 아빠

내 주량은 소주 두 병이라 웬만큼 먹어도 돼

한 잔만 마셔도 빨게지는 얼굴은 시시각각

여러 색으로 옷을 갈아입듯 바꿔 모델이야

밤거리를 런웨이처럼 걷는 연인

그리고 긴 줄

오부제 아니면 오브제 난생 처음 듣는 단어

처음으로 간 투표소 거짓말같은 실망은

깨진 유리 조각같이 위험해 조심

이가 나간 내 커쇼 나이프처럼 뾰족한 관심

그래서 표정이 우울하대 곧 찾아올 장마는

오늘 내린 비의 열 배는 더 내리겠고

맑은 날에 설렁설렁 걸어다녀 이천 하고도

삼백 걸음은 잠깐 나갔다 온 외출이야

적막한 다대포 방파제에 으스러지는 물결

하고 주머니 속에 달랑 든 선불 카드는

불안하게 왔다갔다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