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의 모래알갱이가 군데군데 파헤쳐져

가까이서 보면 사막의 사구같다

파도치는 바다, 육지에 물거품 흰 띠의 자국 남기고

걸음걸이도 그 사람의 흔적을 공간에 새겼다가 지운다

난 사람의 기억 속에 살고 있고

누군가 날 잊어도 그를 기억하고 싶다

빨래줄에 널어 말린 옷가지들이 축 처져

평상시 모습과는 좀 달라 무섭게 생겼다

다림질이 있기 전까지 접힌 자국 남을 것


거리의 악사(惡事) 어느 날

신호등이 없는 줄 알고 무단횡단을 했다

노란 뚱뚱이 차가 뒤를 스쳐 달렸다

그제야 신호등을 보고 누군가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변명하고 싶어서


내 부끄럼은 단순하다 게으름

그리고 어린잎 같이 여려서

쉽게 상처받곤 했다

아문 자국이 군데군데 박혀

가까이서 보면 달의 크레이터 같다

소나기가 내리는 지면의 물웅덩이는

뚝뚝 떨어지는 무수한 비에 얻어 맞는다


어두운 그늘에 가린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물체

그 덩어리는 이따금 우르릉 소리를 내며 운다

난 맥아리 없이 무너져 산산히 바서진 다음에야

더는 있을 곳 없어 영영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