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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너무 좁아서는 안되며, 물의 온도는 너무 차가워서도 안되고 너무 따뜻해도 곤란하다. 

또 그의 아름다운 꼬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전용 소금이 필요했고 그가 편안한 잠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용 침대도 필요했다. 내 손으로 생물을 돌봐주고 키운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나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사실들이 아닐 수 없었다. 물에 사는 물고기란 그저 깨끗한 물과 사료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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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지를 꾸짖으며 차분히 그의 세상을 하나하나 준비하는 와중 모비딕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비닐봉지 어항에서 물방울을 하나씩 내뱉으며 불편한 지느러미는 대수롭지 않다는 양 천천히 꼬리를 흔들며 헤엄쳤다. 

새삼 모비딕은 무슨 연유로 동네 할인마트의 애완동물 코너에서 수조 바닥에 머리를 받아내고 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열대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모비딕을 상상하려 했으나 애석하게도 나의 머릿속에 거대한 물류창고와 이리저리 물건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과 트럭 따위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바람에 생각하기를 멈추고 앞으로 그의 보금자리가 될 수조를 서둘러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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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가 준비된 후 조심스럽게 비닐 어항의 입구를 잡고 물을 흘려 넣었다. 모비딕은 갑작스러운 급류에 놀랐는지 거꾸로 헤엄치다가 이내 수조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시 동안 불안한 모습으로 두리번거리긴 했지만 모비딕은 이내 안정을 되찾고 수조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떠있었다.

이제 너의 세상엔 장애가 없다. 
너를 못살게 굴던 거대하고 검푸른 지느러미의 물고기도 이곳엔 없다.

늘 누군가가 만들어내던 물살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수조 바닥을 받아낼 일이 없다.

네가 만들어내는 너만의 작은 물결은 나에게 거대한 해일로 다가와서 내 눈물들의 위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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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주문이라도 되는 양 마음속으로 천천히 되뇌며 한동안 그의 작은 눈을 바라봤다.
나는 애완동물 코너의 한구석에 마련된 빈 수조들 앞에서 베타 어항보다 조금 더 큰 어항과 모비딕을 바라보면서 그의 작은 체구에 비해 너무 적막한 집이 되지는 않을까 한동안 고민했었지만 어리둥절 멍하게 있다가도 이내 자연스럽게 유유히 몸을 이리저리 틀며 헤엄치는 그를 보며 역시 넉넉한 크기의 집을 마련하길 잘했다며 혼자 뿌듯해했다.

그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는 그의 꼬리는 붉은 팬지를 닮았다. 
꽃잎의 끝으로 갈수록 채도가 한없이 짙어지는 붉은 팬지꽃.

나는 가만히 흔들리는 그 작은 꽃잎들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잠에 드는 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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