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흙이 내린다.

흙에 덮인다. 비에 덮인다.

발로 지워진다. 비로 지워진다.

흙이 천천히 순환하며 표면은 모두 소멸한다.

 

바닥만 보던 나는 땅에게 물었다.

땅아, 너는 나를 기억하니?

일단 나는 땅이 아니란다. 나는 길이야. 땅이기도 하지만.

내가 눈을 한 번 감고 뜰 때 내 몸엔 수많은 발자국이 있고

다시 눈을 감고 뜰 때 그 발자국들은 없고 다시 수많은 발자국이 있지.

비가 내리고, 내가 몸을 뒤집고, 사람들이 셀 수 없이 지나가고, 아이가 괜히 옆에 수로로 흙을 발로 차고, 말하다 보니 말하게 되고 화가 나는데, 그 녀석 왜 자꾸 올 때 마다 흙을 수로로 차대는 거야?

수로를 흙으로 채우고 싶은 거야. 내가 대답했다.

그 뒤로 몇 번의 말이 오갔지만, 오랜만에 웃었다는 것 말곤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범인이다)

바람이 뒤에서 불어온다. 반대로도 분다. 옆으로도 분다. 나뭇잎과 나뭇잎이 부딪히고 부딪히는 것이 박수를 치는 것만 같다. 사람들의 박수와 다르게 듣기가 좋다. 사람들은 소위 '품격있는' 노래와 음악 뒤에 꼭 박수를 치곤했다. 그것이 끔찍하게 싫었다. 하지만 이것은 박수 자체로 노래가 아닌가? 같은 헛된 생각을 하곤 했다. 미쳐서 즐거울 수 있었다. 언젠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미치기를 몰래 바라곤 했다. 이젠 모두 의미가 없다. 바람은 없어지지 않고 나의 하찮은 생각 하찮은 시간을 개의치 않고 언제나 다시 불었다. 그것이 아플 정도로 질투가 났다.

나는 바람에겐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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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던 나무에게 물었다.

너는 나를 기억하니?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 좋은 뿌리였다.

굵게 튀어나온 뿌리 하나를 나는 올 때 마다 침대로 썼다.

20분쯤 햇빛과 바람과 나뭇잎의 잔잔한 그늘에서 정신을 놨다.

그런데 왠 실음 소리 같은 것이 들리지 않는가? .........

그 소리는 계속됐다. 나는 무시하려 노력했다. 오랜만에 평화이다.

1시간 쯤 됐을까? 그 소리가 멈췄다. ..................

언제나의 생각, 나를 죽이는 망상들과 같이, 번뜩였다.

이것은 대답이다. 긍정의 대답. 내가 떠나지 않은 이유다.

이 대답을 들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아무 것에게도, 아무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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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동일성을 주장한 놈들은 다른 틀에 찍혀 기괴하게 죽었다.

사람의 일방적인 억지관계다. 모두 나의 망상인 것을 안다. 나는 안다.

언제부터인지 대화를 멈췄다. 사람을 이해하길 멈췄다. 생각하길 멈췄다.

언제부터인지 증오를 멈출 수 없었다.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숨길 수 없었다.

내가 나의 악의를 바라봤을 때, 악의는 더 커졌다. 그리고 나는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부풀어진 것이었을 뿐이다. 너의 날카로운 표정이 그것을 찢어주길 바랐는데.

이젠 너의 잔인한 문자가 작게 줄어든 나의 악의를 난도질한다. 난도질할 크기도 아닌데.

모두 나의 잘못인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자꾸 나의 잘못을 잊으려 한다. 방어기제는 강하다.

글의 주제가 바뀌는 것을 어떻게 내가 멈출 수 있을까?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그들처럼 언젠가부터 어영부영 흐름에 몸을 맡기고 팔도 녹고 다리도 녹고 자아가 죽어버리고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한다. 사람 싫어하는 사람은 울고 싶다.

 

아니다. 나의 말을 모두 취소한다. 취소를 확인하기 위해 지우진 않겠다.

사람은 사랑스럽다. 미쳐야만 그럴 수 있지만. 모두 미쳐있지 않은가?

미치지 않았다는 사람은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에 미쳐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한글로 1 시간 정도 썼고 퇴고는 간단히만 했습니다...

잔인한 평가 부탁들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