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라는 건 소귀에 경읽기입니다.


필사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사람들이 대다수일텐데

초보자들이 명작을 따라 쓰더라도 얻을 수 있는 건 정말 한정적입니다.

글의 구조와 기법, 의미를 글을 잘 읽어보지도 않고 써보지 않은 초보자들이 파악할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물론 아예 얻는 것이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그게 작법서나 논문 하나를 읽는 것보다 양과 질에서 나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네요.


시집이나 소설 하나를 필사할 때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단순히 깜지를 쓰듯 베껴나갈 때도 오래걸릴텐데 문장 하나를 곱씹고 곱씹어 쓰면

작법서 하나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걸릴겁니다. 책을 수십권 읽을 수 있는 시간이겠죠.

결국 효율의 문제입니다. 문학은 아무리 느리게 사유하는 사람들의 것이라지만,

필사는 너무 느립니다. 조그만 것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행위입니다.

이걸 낭만으로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책을 몇 권 더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