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말야 실제로 어린애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 그런 관찰 못하면 못 그리지. 이걸 안하고 아무것도 못 보고, 자기 자아밖에는 관심이 없고 그런 일상생활만 보내고 있고. 인간관찰을 싫어하는 인간이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오타쿠 소굴이 되는 거지."
이건 미야자키 감독이 일본 아니메 시장에 범람하는 오타쿠 문화에 대해 한 말임.
웹소설이 정말 미래인들에게 돈키호테나 양반전 같은 시대를 앞서간 문학으로 취급 받을 수 있냐는 물음에 항상 이 말을 떠올림.
만약 웹소설이 그럴 수 있다면 일본에서 나오는 미소녀 양산형 오타쿠 만화들도 미래엔 그렇게 취급 받을 거임. 시대를 앞서갔다고.
그 만화들도 보면 진짜 기존의 만화에 비해서 형식 파괴가 상당함.
데즈카 오사무 같은 20세기 만화가의 만화 보다가 그거 보면 얼마나 전개가 빠른지 알 수 있음.
개연성도 구멍이 많은데 장르적 재미로 그냥 밀어붙이고, 캐릭터나 전개가 진짜 빼다박은 클리셰 덩어리임.
여기서 쓰인 설정은 저기서도 쓰이고 저기서 쓰인 대사는 여기서도 쓰임.
그리고 오타쿠들, 특히 타입문 좋아하는 애들이 그런 식으로 말함.
언젠가 페이트, 월희 같은 작품들이 미래엔 셰익스피어와 같은 명작 반열에 오를 거라고.
난 그래도 타입문 정도면 요즘 만화화 되는 라노벨보단 괜찮으니까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되라 말하는 식임.
웹소설도 이런 오타쿠식 아니메랑 크게 다를 게 없음. 사실 라노벨이라 하면 거기가 원조인데.
무슨 상태창 시스템, 우연한 기회로 얻는 능력치들, 성장형 먼치킨, 주위 인물들의 감탄 리액션.
맨날 재벌이든 랭커든 기존의 권력자들은 주인공 무시하다 코 깨지는 게 일상임.
이런 클리셰는 요즘 잘 나가는 웹소설에 100% 다 들어 있다고 봐도 좋을 듯.
아마 사람들이 많이 본다면 미래의 연구자들도 그걸 연구는 하겠지. 시장성이 있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문피아나 카카오 페이지가 마케팅에 돈을 부어도 그 작품들이 돈키호테가 될 일은 없을 거임.
그건 시대상도 없고 관찰도 없으니까.
그냥 쉽게 성공하고 싶다는 인간 내면의 욕망을 파고 들어가는 일종의 하위 문화 장르에 가까움.
그리고 그건 방구석에서 실제 여성 대신에 처녀비치 같은 2D 캐릭터에 매달리는 오타쿠의 사랑과 본질적으로 동일함.
물론 취향은 제 값만 치뤄주면 다 정당한 거지만 그게 예술성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임.
장르 소설이 연구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님. 하지만 웹소설이 시대를 앞서간 문학은 아님.
그건 역사에서 사라져간 예술 형식이 얼마나 많은 지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임.
소설은 항상 가볍게 몸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살아남지만은 않았음.
양반전 외에도 한글로 쓰인 무수히 많은 형식의 민초 문학이 당대 조선에 있었고 양반전이 살아 남아 연구되는 것 뿐임.
왜냐하면 그건 시대를 담고 있으니까. 인간을 관찰한 문학이니까. 금수회의록도 마찬가지고.
설사 뛰어난 오락성 때문에 장르 소설이 연구된다 하더라도 그건
메트로 유니버스, 위쳐, 얼음과 불의 노래처럼 주류 사회의 문화로 정착한 데에 성공한 작품의 몫이지
웹소설이나 오타쿠 만화의 몫이 아님.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일단 인싸문화가 되기 전까지 그런 건 꿈도 꾸지 마셈 제발.
타입문 오타쿠들이 페이트가 소설로 쓰였으면 노벨 문학상 받았을 거라 말하고 다니는 거랑 똑같으니까.
잘 보고 감.
맞는 말임. 웹소설에는 웹소설의 영역이 있음. 지금 웹소설은 장르소설과도 다름. 후대의 사람들이 웹소설을 연구할 리도 없고. 웹소설은 '글'로 봤을 때 1세대 소설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음. 얼마 전에 터진 작가도 9년간 표절을 해왔고, 여러 웹소설은 트렌드에 따라 양산형이 쏟아짐. 전독시만 해도 그럼. '전지적'이 붙은 소설이 대체 몇 개인지도 모를 정도. 그래도 이건 현대에는 유효함. 돈을 잘 벌고 고정 독자층도 있음. 그만큼 시장의 규모도 큼. 수요가 떨어지지 않으니 시장이 무너질 일도 없음. 하지만 이건 모두 현재에 국한된 이야기.
일단 웹소설은 '지어낸 이야기' 라는 의미로는 소설이 맞지만 문예사적으로 보면 로망스에 가까움. 뭣도 없는 영웅 서사고 연애 서사임.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니까 잘팔리는 것 뿐. 새로 등장하고 자시고도 없음.
그 미래 연구자가 지금 한국 순문을 주목할리도 없을듯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