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책을 준비하는 과정은 대체로 즐거우면서도 괴롭습니다.

 일단 글 쓰는 것부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고요.

 책 한 권 분량 글을 썼다 치고서, 그 글을 출판사에 보내면서는 괴로움의 시간들이 확 불어나죠.


 글쟁이는 거절 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데,

 출판사 편집자들로부터 반려메일 한 두, 세통만 받아도

 아, 이게 사는 건가, 나는 무엇 때문에 글을 썼는가,

 시간 들여 아주 고급스러운 쓰레기를 만들어냈구나 하고 자괴감에 빠집니다.


 어찌어찌 여차저차하여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고 나서도 괴로워요.

 기존에 잡혀있던 출간 일정에 밀려서,

 편집 작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한참의 시간을 버티기 하다가,

 편집 작업에 들어가면 눈 빠지게 교정을 봐야하고,

 그러다가 코로나같은 예상치 못한 역병이 도지면,

 출판사에서는 어이쿠야 이거 서점에 사람이 없어서 지금 책을 내봐야 망하기밖에 더 하겠냐,

 하면서 또 미루고,

 이렇게 밀리고 미루다가 출간 자체가 엎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고,

 그렇게 영혼은 메말라가고, 피골은 상접하여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아, 숨쉬기도 힘들다,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글 쓰고 책을 내는 과정이 대체로 즐거우면서도 괴롭습니다.

 유일하게 온전히 즐거움으로 가득한 하루가 있다면,

 그 날은 바로 책의 '표지' 시안이 나오는 날입니다.


 책의 표지가 나온다는 것은 출판사에서는 본문 편집을 거의 끝냈고,

 이제 책에다가 옷을 입혀서 세상에 내보이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에,

 아, 이제 책이 엎어질 일은 없겠구나.

 지금 책을 엎기에는 출판사에서도 손해가 너무 크니까 책은 무조건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표지 시안을 받는 날 만큼은 출간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불안, 걱정들이 해소되는 거 같아요.



 오늘 두번째 책 표지 시안을 받았습니다.

 무명글쟁이에서 덜무명 글쟁이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