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꺼내 열어본 첫 책의 출판 계약서 날짜를 보니 2019년 7월 9일입니다.
첫 책을 계약한 지가 어느새 1년이 되었어요.
첫 책을 계약하고 1년 사이에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 계약했으니, 아 그동안 내가 먹고 싸기만 한 것은 아니구나, 그래도 뭔가 생각하고 쓰고 지지고 볶고 나름 생산적인 일을 했구나 싶어, 다행입니다.
계약한 책 세 건은 모두 출판사 투고였습니다. 이제는 좀 덜그래도 될 것 같은데 저는 여전히 인터넷에 '원고 투고', '출판사 투고' 같은 단어들을 검색해 보곤 해요.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오는 글 보면서 오늘은 누가 투고 때문에 괴로워하나, 누가 즐거워 하나, 뭐 그런 거 보는 게 재밌습니다.
어제 한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았더니 한 투고자가 출판사에 투고를 하고 출간 제안을 받았다는데, 7% 인세에 저자 구매 100권 조건으로 제안을 받았다며, 이런 계약이 일반적이냐고 묻더라고요. 제대로 된 출판사와 기획출판이라면, 저자더러 책 100권 구매하라고 하진 않을 텐데요... 라는 댓글을 달려다가 아이고, 내가 뭐라고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려 하나 싶어서 때려 치웠습니다.
어제는 또 15년차 편집자라는 분의 글을 읽었는데요. 글의 결론이 출판사에 투고하지 말라는 얘기였어요. 10년 넘게 편집일을 했지만 투고 원고로 책을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투고가 책이 되기는 너무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판사에 투고하지 말라는 편집자의 글과 책 100권 구매 조건으로 제안 받았다는 투고자의 글을 보면서, 그리고 이제 막 1년이 된 첫 책 계약서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역시 내가 짱이야. 나는 세 권 다 투고해서 계약했지롱~ 깔깔깔깔~ 하는 것은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 살짝 박혀 있는 진심이고요.
사실은 아, 나는 되게 좋은 사람들과 편집자를 만나서 운이 참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큽니다.
1년 전 광화문역에서 버스를 타고 출판사로 향하던 버스 안 풍경과 처음 들어가 본 출판사의 모습, 계약을 마치고 출판사 밖으로 배웅해주던 담당 편집자의 모습이 1년이 된 지금까지도 선합니다.
글을 쓰고 출판사에 투고하면서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은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에요.
소설 속 주인공 소설가 루카스 요더는 자신의 에이전트와 편집자를 가리켜 '구원의 천사들'이라고 부르는데요.
저에게는 무명의 글쟁이 원고를 발굴해준 첫 담당 편집자가 '구원의 천사'처럼 느껴집니다.
소설을 쓰는 분이든, 시를 쓰는 분이든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은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디시 문갤에 가끔 글 올리면서, 저는 너무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전 말고 출판사 투고도 해보시라고 말씀 드리는데요.
기약 없는 희망을 전하려는 것은 아니고, 나도 하는데 남들이 못하겠는가, 뭐 그런 생각이 있달까요.
저는 고졸이고, 필사를 해 본 경험도, 합평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나이는 좀 처묵처묵 했습니다만.
필사와 합평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저는 사실 모르겠어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고졸 글쟁이라고 하면, 오히려 뭔가 이력에 화제가 되려나 싶다가도,
<회색인간>을 쓴 김동식 작가는 중졸에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통과한 사람이라 명함도 못 내밀겠습니다. ㅎㅎ
예전에는 좀 달리 생각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학력이 글쓰기와는 좀 상관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뭐, 여하튼 간에, 하여튼 간에, 아무튼 간에 1년 된 출판 계약서를 보면서 저도 하는데 누구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뭐 그런 생각입니다.
더운데 다들 건필 하시면 좋겠습니다.
한 줄 요약 - 제임스 미치너 <소설> 추천.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고맙습니다. 건필하세요-
균제미가 있어요. 혹 질투가 생기는 사람들에게 딱, 그러나 자기는 고졸이다 하 이런 절묘한 시소타기. ㅎㅎ
감사합니다. 두세번 째 책은 다 에세이이기도 하고, 글 쓸 때 유머와 감동을 추구하는 편이라서요. 치고 빠지면서 글 쓰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ㅎㅎ
진정성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당~
ㅋㅋㅋㅋㅋ 질투심 막기 고졸 치트키네
가방끈이 짧아서 치트키라도 써야 됩니다. ㅋ
조금 의문인게 얼마나 막썼으면 일년에 책을 세권이나 출간해?
제가 닉 바뀌고 그런 거 파악이 안돼서 그런데, 초예님이신가요? 술 드셨어영? 평소에 난독증이 있다고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요... 1년에 책 세권 출간 한 게 아니고, 3건 계약한 겁니다. 첫 원고는 2018년에 썼고, 두번 째 원고는 2019년에 썼고, 세번 째 원고는 최근까지 쓴 원고입니다. 의문이 풀리셨나요?
ㅇㅇ 대충훌터서 그랬음
자부심 가지는건 좋지만 솔직히 좀 알만한 사람들은 님 소설가라고 인정 안해줍니다. 그리고 문갤은 기본적으로 문학하는 곳이지 님처럼 장르도 불분명한 소설 쓰는 사람들 오는곳 아니예요.
뭘 또 그렇게까지 벽을
게시판에 글만 보고 제가 어떤 장르의 글을 쓰는지 눈에 보이시나요? 저는 제 입으로 "나 소설가요~" 한 적도 없고, 인정을 바라지도 않고, 닉 자체가 '무명글쟁이'인데요. 스스로 "나 작가요~ 나 소설가요~" 하는 사람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그리고 '아니예요'는 '아니에요'라고 씁니다만...
그럼 문학갤에 오실 건 아니죠. 장르소설 갤러리나 뭐 그런 데로 가보세요. 등단한 것도 아니고 운 좋아서 이상한 루트로 출판하신 거면 분명 문학이랑은 거리가 머실 텐데 왜 굳이 문학갤을 오신 건지...... 혹시 본인이 쓰신 소설이 문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님은 문학이 뭔지 아셔서 살기가 좋겠네요 ㅋㅋ
사전적 의미로 '문학'은 맞습니다만. 그 판단은 제가 할 게 아니라 독자들이 하는 거죠. 운이 좋았던 건지, 실력이 좋았던 건지 역시 한 사람이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1년에 책 세 권 계약한 것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부심은 있습니다. 얘기하시는 이상한 루트의 출판이 어떤 건지는 몰라도, 정상적인 출판사에 투고 해서 나온 기획출판 소설입니다.
알겠습니다ㅋㅋㅋ 열심히 쓰시고 출판 많이 하셔용. 그리고 문학성의 판단은 일반 독자가 아니라 평론가가 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투고 출판해서 시장에 평가를 맡기는 건 일반 장르소설류나 에세이 같은 잡문들이나 그런 거구요. 역사적으로 항상 그래왔습니다. 문호를 만든 건 평론가지 일반 대중들이 아닙니다.
문학이 뭔지 아는 양반이 평론가한테 마이크 쥐어주는 게 문학이라네 별 같잖아서 ㅋㅋ
뭐, 각자의 가치 판단 문제 같네요. 저는 등단 하고 10년 넘게 책 한 권 못내고 좌절에 빠지는 사람 보다는,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을 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은 등단이 아니고, 출간이었으니까요. 김훈 선생 같은 경우도 등단하진 않았어도 많은 이들이 '소설가'라고 불러 주는데요. 호랑이는 자기가 왜 호랑이인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호랑이'라고 불러주니까 호랑이가 된 거죠. 누군가를 소설가나 작가로 불러주는 것은 평론가 보다는 대중 쪽에 더 가깝겠습니다만, 뭐 암튼 더 담론 나누지 않겠습니다.
김훈은 등단을 했죠.
문학은 대중이 아니라 평론가가 하는 거라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보는 내가 얼굴이 화끈거린다. 진짜 이놈의 국문 틀딱들은 언제쯤 이 시장에서 사라져 줄까. 한국 현대 문학이 이 땅에 자리 잡은 지 채 백 년도 안됐고, 그나마도 일본 문학을 주워 섬긴 하위 갈래로 시작했는데. 이제 겨우 몇 세대 지났다고 정통이니 원래 그런 거니 운운하는 애들 보면 진짜 자기위안과 정신승리 하나는 최고다 싶다.
꿈이 전업작가이긴 한데, 이 얘기를 하면 출판사 편집자들은 다들 말립니다.. 주변에 전업작가 하시는 분들 보면 신기해요. 어떻게 살아나가실지... 조금 암담하긴 합니다. ㅎㅎ
좋은 글이네요. 윗분들 말대로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네요.
감사합니당. ^^;
자다가 이상한 생각이 나서 이럼. 그럼 책이 언제 나온다는 거지. 나중에 사에서 딴소리 할 수도 있는 건가. ......
첫 책 작년 7월 9일 계약하고 작년 겨울에 나왔습니다. 두번 째 책 올 2월에 계약했고 이번달에 나옵니다. 세번 째 책 올 6월에 계약했고 내년 초 출간 예정입니다. 보통 책 한 권 만드는데 두 달 정도 잡는데요. 투고다 보니 기존 출간 일정에 밀려서 바로 작업되진 않고 조금 밀렸다가 작업이 되곤 해요. 그 과정에서 엎어지는 경우도 몇 번 보긴 했지만 일단 계약하면 책은 거의 나오긴 하는 거 같고요. 두번 째 책은 원래 5월쯤 출간 예정이었다가 코로나로 출간을 좀 미루었던 상황입니다.
이문열도 고졸입니다. 무명님도 타고난 재능이 있는 분같아요. 작가는 재능+.노력+.운.같습니다. 문갤에도 자주 글좀 올려주시길~^^
고맙습니다. ^^;; 재능+노력+운이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결국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좋은 사람, 좋은 출판사, 좋은 편집자 만나는 게 중요한 일 같아요. 생각보다 '운'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앗. 댓글을 지금 봤습니다. 부정을 못하겠네요. 인스타도 와보셨나보군요. 가끔 원고를 쓰다가, 내 글이 봐줄 만 할까, 지금 괜찮게 글을 쓰고 있나, 두려울 때 익명에 기대서 이곳에 글을 쓰는 거였거든요. 저한테는 나름 필력테스트였달까요. 댓글 달아주시면서, 책 제목은 말씀 안하셔서, 아시는 분도 계실 테고, 관심없는 분도 계실 텐데요. 스스로 작가로 불리길 부끄러워 하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무명인 것도 맞고요. 정체를 아시는 분이 생기셔서 앞으로 이곳에 글을 계속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위에 댓글 달아주셨던 분... 제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