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오느라 머리가 하얗게 다 센 파도를
맨발로 맞아주었어요
백사장 새떼의 젖은 발무리를 쓰다듬다가
누워가는 해에 맞추어 고개를 젖혀보고
어쩌면 울었을지도 모르죠

손에 쥐었던 자갈을 파도에 던지고
얄궂게 모래성을 부수었어요
파도는 피를 흘렸던가요
사각사각 무너지던 모래성 같은 고민을
발끝으로 새겨두었어요
어린아이는 어디선가 울었을 테죠

때 이른 저녁엔 식사 대신에
화분을 살걸
아니 양초를 살걸
아니 차라리 시집을 한 열 권정도 사서
두고두고 삼켜먹을걸

그런 고민을 나누고선
결국 조화 한 송이를 샀어요

그런 날은 흐리고 혹은
때때로 비가 오는 날이었고
구름이 조화처럼 예뻤고
석고 따위로 예쁘게 조각되어 새들이
계속 머리를 찧지는 않았을까
노을이 피처럼 흘렀어요

조화는 물병에 꽂아두었어요
일 센치도 자라지 않겠지만
꽃잎에 이름을 적었습니다
창으로 노을이 세차게 밀려옵니다 파도처럼
늦은 저녁을 먹어야죠

음각처럼 박힌 이름은
숨거나 자라지도 않는데
물병에는 바닷물을 매일 먹여두고
가끔 파도가 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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