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야기 창작하는 기술과 글쓰는 기술은 서로 얼마나 다른가요?


― 이야기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 이라는 뜻이야.

결국 이야기라는 단어 자체에 네가 말하는 '창작하는 기술'과 '글쓰는 기술'이 동시에 포함되는 것이나 다름없지.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야기 창작하는 기술'은 이야기의 소재를 만드는 기술,

'글쓰는 기술'은 이 소재를 바탕으로 너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완결된 줄거리를 만드는 기술을 의미하는 거라고 이해했다.


유명한 만화 중에 '원펀맨'이라고 있다. 아마 유튜브에서도 클립 형태로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을텐데.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의 원펀맨은 무라타 유스케라는 그림 실력 좋은 만화가가 리메이크를 한 거고

원작은 ONE이라는 사람이 따로 그렸었다. 출판이 될 만한 그림 실력이 아니어서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정도였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미가 있어서 독자들이 꽤 있었고, 결국 유명 만화가의 눈에 들어서 지금의 모습으로 빛을 보게 됐지.

여기서는 ONE의 원작이 '이야기 창작하는 기술'이고, 무라타 유스케의 작화와 연출이 '글쓰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교가 부족해도 소재가 재밌으면 사람을 끌어들이고, 소재가 좀 딸리더라도 기교나 연출이 좋으면 눈을 사로잡을 수 있지.

둘은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만드려는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꾸미고 구조화시키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

↑문예창작학원이 여기랑 제일 가깝긴 하지. 머릿속에서 불분명한 상으로 남아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만들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는 곳이니까. 하지만

보통 이런 데는 문예창작학과 입시를 위해 돌아가는 곳이고, 커리도 시/소설/희곡/콩트(짧은 소설이라고 생각해라) 정도로 맞춰져 있을 거다.


2. 이야기를 창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을까요?


이것도 결국 위에서 한 얘기 계속인 건데. 네가 본 바와 같이 아카데미나 학원 그런 데는

주로 어떤 장르의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는 데가 많다. 시든 소설이든 희곡이든 뭐든.

스토리 자체에 주안점을 두는 강의가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

정 절박하면 문예창작학원에 가서 네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고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방법은 방법이겠다.

창작자들을 많이 알고 있을 테니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거나 방향을 잡아줄 수도 있으니까.

누군가한테서 배우는 걸로 방법을 못 찾았다면 남은 건 책일 텐데


손지상, 『스토리 트레이닝』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정도 읽어봐라.


3. 이야기 만드는 법은 어떻게 배우는 것이 좋을까요?


― 일단 이야기가 될 만한 소재를 생각해내는 건 상상의 영역이고, 소재를 바탕으로 완성품을 내놓는 건 훈련의 영역이다.

그리고 소재를 생각해내는 것도 어느 정도는 훈련의 영역이다. 백지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첫번째, 무엇이든 생각해내고 싶으면 무엇이든 집어넣고 보는 거지.

시 쓰고 소설 쓴다고 매일 책만 파는 경우는 없다. 넷플릭스도 보고 왓챠도 보고 영화도 보고 전시도 보고 연극도 보고 다 하지.

당장은 아무것도 안 남는 것 같지만 결국 창작물을 본 경험이 축적되면서 무언가가 밀려나오는 거라고 생각해라.


두번째, 이야기를 만들고 싶으면 짧게, 조악하게라도 완성하는 경험을 얻어라.

백설공주나 알라딘 같은 동화는 짧아서 쉽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짧은 동화를 써내라고 하면 써낼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걸.

머릿속에 있는 걸 구조를 갖춰서 완성해 내놓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 그렇다.

단 2-300자로 끝나는 것이어도 좋으니까. 상상한 것을 써서 완결짓는 경험을 계속해야 한다.

쓰레기같은 소설은 결말이 난 시점에서 쓰레기같은 '소설'이긴 하지만,

끝맺지 못한 소설은 소설조차 아닌 거야.


세번째, 네가 만든 것이 매력적인지는 높은 확률로 네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을 거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걸 계속 접하면 좋은 것을 보는 눈도 좋아지지만, 그런 눈은 보통 자기 것 앞에 가면 좀 흐려지니까.

어차피 눈이라는 건 창작과 입력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히 달라지는 거야. 차라리 계속 네 걸 편하게 내보이고

지속적으로 호평이든 악평이든 들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라.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