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장사실주의자 정지돈은 문학은 위로가 아니라 예술이라 했다. 그건 유미주의적 글쓰기를 지향하는 내 철학과도 닮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위로 또한 예술의 한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사회비판이던 페미니즘이던 '미'적지향 그 자체이든 주제의 문제일 뿐인 것이다. 글쓰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정신적 에너지이다. 창작의 장작이 될 무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할 뿐 그게 무엇이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인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주제가 얼마나 충분하게 '승화'되었냐이다. 아무리 당위성을 갖는 주제라도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다면 예술성은 반감될 것이다. 반면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주제라 하더라도 작자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다수의 공감층을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 그 능력은 타고날 수도 노력으로 얻어낼 수도 있겠지만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고민해야할 부분은 글감의 주제보다는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누구를 어떻게 설득해서 내 편으로 끌어당길지가 핵심이 되는 문제인 것이다. 그게 등단을 준비하는 지망생이든 글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프로작가이든 간에 똑같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