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를 다 설명하려면 학술적인 부분까지 들어가야 되고 난 그정도까지 할 능력도 안되고 노력할 생각도 없으니까
초등학생한테 지구가 태양을 돈다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정도로 설명해줄게.
시는 해석할 수 있음. 그리고 그 해석력이 더 좋아질수록 시를 깊게 음미하는 좋은 독자가 될 수 있음.
시를 해석하지 말라는 건 평론이라는 영역, 미술로 보면 큐레이션이지, 자체를 부정하는 거임
그러니까 이 논쟁을 하는 사람들의 흔한 실수가 뭐냐면
<시의 해석=그 시의 알레고리와 코드를 전부 밝히고 시인의 의도를 속속들이 읽어내는 일>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임
시의 해석은 그게 아님 애초에 좋은 시일수록 위 방식의 언어적인 해석이 불가능함 좋은 시일수록 "언어적인 의미" 보다는 "감정, 사유, 현상의 실체"에 가까움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감정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인간의 단편적인 언어로는 이 감정을 100% 말할 수 없음.
단순히 슬프다, 기쁘다 이런 단어들은 니들이 느끼는 감정의 티끌도 나타내주지 못함. 그 이면에는 다양한 상황, 화자의 처지, 성격, 세계가 있고 이에 따라 감정은 전부 모양이 다르고 다층적, 다면적임.
예를 들어 "슬프다."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시적 정황). 눈물같은(시적 논리) 비가 내린다(이미지)."라는 문장이 훨씬 너의 감정의 실체에 가까운 거임.
시는 온갖 이미지, 시적 장치, 시적 정황, 시적 논리, 알레고리, 코드를 동원해서 세계(감정, 사유, 현상 등등)의 실체를 언어를 통해 지면으로 옮겨오려는 노력임.
그러니까 니가 이 시에서 "비"라는 시어는 "슬픔"을 상징한다,라고 해석하는 순간 그 해석은 거짓말이 되버리는 거임. 왜냐면 비가 내리는 게 단순히 슬픈 것보다 감정의 실체에 가까우니까.
좋은 시는 이 세계의 다면성을 풍부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단순히 의미만을 위한 언어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어리석은 것이고 시읽기를 망치는 행위가 되어버리는 거임.
그럼에도 왜 시의 해석이 가능하고 시의 해석을 해야하냐?
<시의 해석=시인이 동원한 이미지, 시적 장치, 시적 정황, 시적 논리, 알레고리, 코드가 주는 미적 효과를 밝혀내는 일>
이기 때문임
위의 문장을 예로 들면 시의 해석이라는 건 "시적 정황과 이미지적으로 어울리는 단어 선택을 통해 화자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가 되는 거임.
물론 위의 문장 역시 단지 예를 들기 위해 내가 방금 만들어낸 문장이기 때문에 굉장히 평면적임. 단지 '슬프다.'라는 진술보다는 다면적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좋은 문장이 아니어서 좋은 해석이 나올 수가 없음
탁월한 시는 그래서 의미적인 언어로 해석하기가 힘들고 그것이 주는 "미적효과"가 뭔지 집중해서 해석해야 함. 그러면 해석도 굉장히 풍부하고 논리적으로 나옴. 이걸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단지 "흐름을 느낀다, 문체를 느낀다."라고 말하는 건 하드한 독자로서는 옳지 못한 자세임
물론 의미만을 위한 언어로 교과서식으로 해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음.
굉장히 중요한 문제고 미학의 핵심 주제라고 해도 되는데?
이정도가 장황하면 300 페이지짜리 책은 어떻게 읽냐
추천
솔로몬의 지혜네요
개추
해석을 하던 말던은 자유고 해서 나쁠 건 없는데 해석 안 돤다고 쓰레기라는 건 병신이지
보석 같은 글이네요.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