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



원룸에서 출근 준비를 마쳐요

밥은 햇반이랑 김치찜 차리구요, 반찬은 없어요

냄비는 고기 한 점 없다구 애달프게 끓어요

수저 놓고 한동안 생활비 셈을 치르면

구름은 뭐 좋다고 푸득푸득 웃고 있을까요

여름이에요, 곧 가을이 오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올테구요

그러면 난 또 보일러를 꺼두어야해요, 미련하게

배고프다고 밥 한 술 먹고 말면 더 먹고 싶어지잖아요

절제는 무로부터 시작해요

그래서 저는 이 놓인 햇반을 게눈 감추듯 빠르게 먹습니다

택시 한번 안타구요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요

그때 되면 모두가 돌처럼 같아져요

이 하늘 아래서 모든 축복받은 영혼들이

딱딱하게 신발굽을 튕겨 나가요

출근이 이따금 흥겨워집니다

회사는 계속 다닐거구요

김치찜은 잘 보관해서 냉장고에, 참 좋은 습관이죠

누구 아들인지 잘 자라왔어요

어머니, 그 어머니는 다시 오래 묵어둘 음식 하나를 보내올 거에요

이 아련한 행복, 하루

출근길마저 게눈 감추듯 빠르게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