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는 공장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고급스러운 음악 소리를 내며 나에게 후진해왔다.
“에헤이, 조심조심. 잘 좀 보고 운전하라니까. 어이,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거기서 멀뚱멀뚱 서 있으면 어떻게 해? 바빠 죽겠는데, 차가 너 쪽으로 오면 알아서 피해야지. 벌써 3일이나 됐는데 참. 답답해서 원.”
“아... 죄송합니다.”
“됐어. 옷 다 갈아입었지? 빨리 자리로 가서 작업이나 해.”
“넵.”
기계는 갖가지 재료들을 집어삼키며 소음을 트림처럼 내뱉고 있었다. 나는 그 재료들이 기계에 들어가기 직전에 오와 열이 맞는지, 혹여 순서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 하루 8시간, 오늘까지 하면 총 24시간 동안 이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하루꼬박을 이 기계의 뒤치다꺼리에 사용한 셈이 되었다.
일을 할수록 나는 의식의 퇴보를 느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장의 잔고는 착실히 증진해 가겠지만, 생각과 사고는 갈수록 단순해지겠지. 이러다 나도 저 시끄러운 기계의 일부가 되지는 않을까. 손과 발이 기계에 붙어버리지는 않을까. 아니면 뇌의 질량이 몸의 만분의 일도 안된다는 어떤 공룡처럼 되는 건 아닐까.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지겨운 작업시간을 견뎌내 본다.
지게차가 굶주린 맹수처럼 앞발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물건들이 종잇장처럼 공중으로 뜬다. 내가 3일 내내 생산한 제품들이다. 내 힘으로는 한 개를 들기도 버겁지만 기계는 혼자서 10개씩을 덥썩덥썩 들어올린다. 지게차는 여전히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고상한 음악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그 음악소리가 멎을 즈음에 제품들은 커다란 트럭에 산더미처럼 실려져 있다.
“자, 상차 끝났으니까 다시 작업 시작해. 얼른얼른.”
작업반장의 타박에 나는 다시 기계 앞으로 걸어간다.
나는 작업을 하며 내 맞은편 사람의 얼굴을 본다.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어 눈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얼음이 담긴 스티로폼에 놓여져 있는 생선의 눈깔. 어릴 적 엄마를 따라갔던 자갈치 시장에서 본 눈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왠지 모르게 맞은 편 직원이 안쓰러워진다.
잠깐의 쉬는 시간에 나는 화장실에 가 볼 일을 본다. 용변을 마치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나는 깜짝 놀란다. 거울에 비친 나의 눈빛이, 아까 내가 안쓰럽게 봤던 직원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당황한 나는 눈을 세 번 정도 꿈뻑꿈뻑 거려본다. 그리고 왜 이런 암울한 눈빛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의식의 여유도 잠시, 이내 작업반장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야! 너 거기서 뭐해 인마! 일 안 해!”
나는 생각의 허리를 잘라내고 다시 기계 앞으로 간다. 지게차는 여전히 고상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2019. 12. <엘리제를 위하여>
둘째 줄 `운전'이라는 게 누가 하는 건지 알기 어려움. 내가 기계 운전을 하는 건지 제3자가 하는 건지 지게차운전수가 하는건지.
엘리제를 위하여는 주로 탑차, 화물차에서 많니 듣던거고, 지게차는 백부저를 주로 쓴다 시키야
와 시선이 너무예쁘네요. - dc App
일을 할수록 의식의 퇴보를 느낀다. 공감..
몇 개 읽어보니 되게 잘쓰시는 분이었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