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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넘어 눈이 먼 보르헤스는
어린 망구엘이 읽어주는 글을 혼으로 들었다.
한 줄 한 줄 가슴을 떨면서.
길만 보이고 그 끝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까 봐
밤마다 안경을 닦는 이가 있다.

반점, 아랫배, 약한 무릎, 대사장애, 황반변성, 복구능력 저하, 거미다리
그리고
소멸된 야망, 
아름다운 눈에 더 이상 놀라지 않는 백지에
낭비할 수 없는 시간을  
하나씩 하나씩 소중하게 싼다.

햇볕보다 햇빛을 가리는 구름에 더 익숙해진 시간.
레몬보다 레모네이드가 더 좋은 자리는
추억의 자전거에 올라
나와 같이 달려주던 석양을 버리고
먼지 낀 창 한 자락을 잡은 아득한 길을 더듬는다.

이성복의 녹슬어 버린 싯구를 만지면서
돌에 새긴 여자가 
길을 떠난 이유를 생각한다.
저녁 바람이 일고
안경에는 김이 서리고
날리는 머리칼 가닥 가닥마다 당신이 엉킨다.
언젠가는 이 길로
당신도 떠나리라, 울면서.
떠난 모습이 돌 속에
새겨 지리라, 하얗게.

슈베르트는 꿈이 보이지 않을까 봐
잠결에도 안경을 썼다.
오선지 같이 앙상한 가슴에 손을 얹고서.
꿈길 같은 세월이다.
당신에게 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봐 
마음에서
안경을 꺼내 심장에 쓴다.

나는 
더 이상 
이 커다란 검은테 안경이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