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꼭 문학이어야 할 이유가 있어?
여기 주로 소설 시 쓰는 애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기 주로 20대 애들판인 거 같던데
꼭 순문학이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해.
니들 가만히 보는데 20대 때 나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난 지금 순문학 안하고 다른 거 써.

거 왜 지난번에 하필 신춘 당선연락 돌릴 타이밍에
영화사에서 연락왔다고 글 올렸던 거 기억나?
지금은 지우긴 했는데 그때 니들한테 축하 받았잖아.
그때 비록 익명이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준
니들 맘 이쁘더라고.
신춘 보다 그게 더 좋은 거 아니냐 이러는데.
맞아. 사실 신춘 당선하면 시나리오 상금 삼백.
계약하면 기천이니 비교가 안 되는 것도 사실.
(뭐 아직 미팅 전이니 계약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근데 왜 도전했냐고?
신춘에 대한 묘한 향수가 있더라.
사실 나도 문창과 출신이고 원래 시를 전공했고
다음엔 소설도 썼고 그러다 시나리오로
차곡차곡 나아간 건데 그러다보니 신춘이란 게
문학이란 게 자연스럽게 맘 속에 있나 봐.
아직 게워내지 못한 감정으로.
그래서 과거 써놨던 시나리오 중 수정해서 내본 거야.
결과는 워낙 대책 없던 작품 보냈더니 역시 꽝.

그리고 미련 없이 퇴갤했다가 다시 온 이유?
니들이 눈에 밟혀서. 너넨 순문학만 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그 길 너무 힘들어 보여.
물론 나의 길도 힘든데 니들이 더 힘들면 힘들지
덜 힘들 것 같지는 않아 보여서 마음에 걸렸어.

문학은 너무 고고하고 자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고 부조리에 침묵의 카르텔.
엄청난 폐단이 많다고 생각해.
등단제도, 공정은 하겠지.
하지만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애들의 길을
그들이 혹은 제도권이 더 좁혀 놓는다고 본다.

각 신문사 부문별로 딱 한 명 뽑으면서
중복투고도 안 돼, 예심과 본심 그 수많은 원고를
각 하루만에 본다는 건 당연히 정독은 커녕
앞에 몇 줄만 보는 거 당당히 (예심기사로) 밝히는 거고,
그걸로 니들 절대 실력이 판가름 나는 건 불가능하다.
가끔 보면 왜 이런 게 됐지? 싶은 작품들
그런 게 유독 신춘에서 심하잖아.
그리고는 그 난해함을 이렇게 말하겠지.
범인은 이해못할 예술적 표현. 참으로 고매하잖아.

차라리 시나리오는 단순해.
그냥 재밌고 혹은 무섭고 웃기고.
문학처럼 의미와 상징으로 둘러서 말하지 않지.
문학적 가치 예술적 가치 적어도 시나리오는
자기들끼리 고매한 언어로 도식 의식화
상전노릇하지 않잖아. 한 마디로 대중과 부합하잖아.

하지만 문학 그네들은 한 번 차지한
자기들 밥그릇과 권위의식은 더 강렬해지는 것 같다.
절대 너희들 같은 애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역.
나는 그게 신춘이란 등단제도도 한몫한다고 본다.
그 알량한 몇 백에. 혹은 그마저도 쥘 수 없게 하여
애걸복걸 하게 해야 자기들의 위치는
더욱 공고히 유지되겠지.
이제는 무너져도 될 때 된 거 아냐.
알고 보면 그렇게까지 대단한 그들 아니거든.

적폐1

적폐2

적폐 깨부수기

우리나라랑 일본만 있는 제도라며? 등단이라는 게.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신춘.
물론 1월 1일. 짠 하고 나타나는 누군가에겐
명예롭고 아름답고 훌륭한 건 맞겠지만...
수많은 이들의 피땀눈물의 빚을
이제 그만 안겨주고 기뻐하자.

나는 이전에 몇 번의 당선을 했어.
시나리오 예심 본 분들 명단을 봤는데
무슨 제작사 대표, 무슨 감독이야..
본심도 늘 같은 사람이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텐데
이들은 단 한 번의 당선 경험 없는 사람들인데
과연 누가 더 글을 잘 보고 쓸 수 있는 프로일까....
이것에 의미는 과연 있는 걸까.

그런 차원에서 너희들도 마찬가지로
니들이 비록 신춘에 되지 못한 건
여전히 고리적 체계에 머문 심사 방식과 제도에서
여전히 신춘이라는 그 올드한 감수성에 맞게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의 관성 덕에
그저 운이 지지리 없었을 뿐이며
그네들의 밥그릇 싸움과 제도권 유지에 놀아나기
좋은 그저 슬픈 프롤레타리아의 운명이라는 거.

그러니 자신감 가지고 글 썼으면 한다.
그리고 문학과 등단만 전부는 아니다.
당장 길이 아니라도 다니다 보면
곧 그곳은 길이 될 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뜬금없이 찾아와 긴글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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