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나는 여기 있어야 한다
이유도 모른 채 살아내야 한다
답은 있으나 풀이는 없는
가로선의 흐름이 나를 관통한다
관통해나간 자리는 쓰리다

예로부터
시간은 한 사람을 골라
감당할 숙제를 주었다
열등하고도 자존했던 난
부분 점수를 포기하고
시험지를 백지로 낸다

이쯤 그만둘까
손목에는 빨간 손목시계
날카로운 초침이 더는 나를 향하지 않는다
멈춰선 흑백 세상에서
나를 미행하던 그림자는
제 갈 길을 간다
그제야 난 태연히 누워
꿈의 소설을 읽는다

절망, 설움과 고통
타의로 가득한 땅에서
내가 택한 유일한 행위
난 그 몸짓을 삶이라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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