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승재가 던진 물수제비는 정확히 여섯 번 수면을 가르고는 꼬르륵 물속으로 잠겼다. 그 덕에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던 오리들은 이게 웬 날벼락인가 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봤냐? 완전 물수제비의 정석 아니냐?”
승재는 물수제비 여섯 번이 대단한 업적이라도 된다는 듯이 겔겔거리며 뿌듯해했다.
“넌 지겹지도 않냐? 여기서 만날 물수제비나 뜨고 있는게.”
“새끼, 또 헛소리하네. 우리 동네가 뭐 어때서? 매년 농작물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오지 중학교 고등학교 다 있지. 너 인마 고등학교 여기서 다닐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줄 알아. 진짜 시골은 다 폐교돼서 통학이 우리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데도 있어.”
“차라리 우리학교 폐교됐음 좋겠다. 엄마한테 서울 학교 보내달라고 쫄라라도 보게.”
“미친놈, 서울이라고 특별하겠냐. 여기보다 공기 안 좋은 거 빼고는 다를 거 없을걸”
말이 안 통한다. 이 새끼는 남자로 태어나서 야망이 없어. 아까 승재가 던진 돌을 피해서 흩어졌던 오리들은 다시 무리를 이루어 헤엄을 치고 있었다.
“이런 시골에서 계속 썩다간 저 오리들처럼 될 거야.”
나와 설전을 마치고 둥글넓적한 돌을 찾던 승재가 또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니가 하루를 안 빠지고 돌을 자기네들한테 던지는데,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하잖아, 멍청하게. 나도 여기서 계속 썩다가는 결국 정말 빠져나가야 할 때 못 빠져나갈 거 같다고.”
“흠ㅡ 그렇단 말이지.”
승재는 내 말에 콧소리를 잔뜩 넣어 호응을 하더니 아까 주운 돌을 또 오리들에게 던졌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이번엔 네 번밖에 튀지 못했다. 녀석은 아쉬운 듯이 탄식을 뱉었다. 오리들은 이번에도 잠시동안 뿔뿔이 흩어질 뿐 뭍으로 나오는 아이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럼, 넌 서울에 가서 하고 싶은게 뭔데?”
“그건 나도 모르지”
승재는 나를 정말 병신 보듯이 보며 다시 물었다.
“이 병신이 그럼 왜 가고 싶다고 그렇게 지랄을 하는 건데?”
“그냥 가고 싶은 거지 뭐. 그리고 새끼야 가본 적이 없는데 가서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아냐? 가면 생기겠지 등신아.”
“후, 그래 새끼야. 서울 꼭 가라. 가서 꼭 출세해라.”
승재는 말을 마치고 지겹지도 않은지 또 넓적한 돌을 찾아댔다. 내가 그만 좀 하라고 입을 열려는 순간 호수 반대편에 있는 밭에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승재, 휘재 축구나 한판 하자. 일로 와.”
“오 축구 좋지. 야 가자.”
승재는 눈을 반짝이며 아이들이 있는 밭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승재의 어깨너머로 밭과 논이 보였다. 그리고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나의 태어난 동네와 초록색 물감을 부은 듯한 산봉우리가 보이고 그 옆에는 집지키는 강아지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시벌, 전원일기 뺨치는구만 아주. 예쁘긴 예뻐.’
내 뒤의 호수에선 오리들이 열심히 발길질을 하며 다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역시 뭍으로 올라온 아이는 없었다.

2019. 1. <군압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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