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기적으로 자살한다

충동적으로 그러지 않고

다행히 성공하지도 않고

조금씩만 성공을 거둔다

슬픈 일이 있어선가

오늘은 슬픈 날이었지만

슬픈 일이 있었던가

오늘 별안간 있었던가

모든 슬픔이 잠재적인 것을

슬픔에 대해

모든 내가 기만적인 것을


나는 한심했나

어떤 안심도 주지 못했나

날이 갈수록 불안해졌나

살지 않고

살아지기만 했나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자다가 이불을 빼앗겨도

불평하지 못할 오늘들이었나


울 수가 없나

내가 우는 게 역겨웠나

공감할 수가 없는 감정을

내 안에 가두어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나

이렇게 병들 때까지 방치했나


내일이 오나

이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수 있나

사라지지 않을 것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귀를 막지 않고

한시라도

슬픔과 더불어 지내지 않으면

또다시 역겨워질 오늘로만

살 수가 있나


그러지 않고 TV를 볼 수 있나

싫어하는 사람의 목을

천천히 조르는 삶에

내가 박제되어

적당한 때에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끝날 수가 있나

혹시 다들 그러지는 않을까


오늘밤도 침대로 도망칠 수 있나

아무도 내 머리맡에서 울거나

화를 내며 이불을 빼앗지 않을까 아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