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횡단보도를 연습한다
당분간
연주된 적 없는 피아노를 떠올리며
뜨이고 감기고 벌려지고 닫히고
신호등처럼 점멸하는 웅덩이
혹은 요철
오래된 것은 삐걱 소리가 나서
마구 뒤섞인 흑백 균열
틈에 우는 표정을 끼워맞추고
소수가 된 다수들이
삼십오초 구령에 맞춰
일제히 몸을 던진다
바다를 빼닮은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