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사회에서 더듬이가 잘린 개미는 어떻게 될까? 의사 개미가 치료해준다? . 사회에서 도태되고 무리에서 버려진다. 왜냐하면 더듬이가 잘린 개미는 사회에서 쓸모가 없으므로, 어쩌면 개미사회는 인간이 결국 성공하지 못한 완벽한 사회주의 체제이므로, 그리고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쓸모없는 구성원이 눈엣가시이므로, 더듬이가 잘려 스스로 1인분을 하지 못하는 개미는 버려지겠지. 아니 동료들의 먹이가 돼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자신을 환원하려나? 어쨌든 이거나 저거나 불행해지는 건 매한가지겠지. ? 내가 개미 사회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이건 사실 그냥 내 예상이야. 내가 곤충학자나 사회학자도 아닌데 개미사회니 사회주의 체제니 뭘 알겠어? 그냥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 왠지 이렇지 않을까 예상해본 거지. 어쨌든 사실 지금까지는 그냥 서론일 뿐이었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말해줄게. 내가 낙지볶음이 너무 먹고 싶은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거야. 너희도 알잖아? 낙지볶음은 보통 2인분 이상부터 파는 거. 혼자서 2인분을 먹자니 지갑도 얇고 보기도 썩 좋지 않을 거 같아서 1인분씩 파는 데를 겨우겨우 찾아서 갔어. 혼자 가서 1인분을 시켰지. 15분쯤 뒤에 빨갛게 양념돼서 야채랑 잘 볶아진 맛있는 낙지볶음이 나왔어.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온 거야. 맛있게 먹으려고 숟가락을 딱 드는데, 갑자기 씨발 존나 슬프더라? 이런 연체동물 나부랭이도 사회에서 1인분을 했어. 좋은 재료들과 맛있는 양념들과 잘 어우러져 사회 구성원들의 소중한 양식이 된 거야. 그런데. 그런데 나는? 보통 고등학교에서 어중간하게 공부해서 어중간한 성적으로 어중간한 대학의 어중간한 학과를 들어갔어. 그래서 대학에 가서는 공부를 열심히 했느냐? 아니. 대학가서 내가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내가 존나게 게으른 새끼라는 거야. 아주 대단한 수확이지. 비로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으니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내가 더듬이 잘린 개미 이야기 했지? 딱 내 모습이야. 어디로 갈지 갈피도 못 잡고 우왕좌왕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사람. 사회에 나가봐야 1인분은커녕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인간. 딱 나지... 하하하.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내가 이걸 먹을 자격이 있는가 싶더라고. 왠지 낙지 다리의 빨판 하나하나가 눈이 돼서 날 노려보는 느낌이 들어서,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


2018. 11. <1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