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 포함

1.변미나ㅡ하얀 벌레
경비, 헛것으로 커다란 벌레를 보는 첫 장면이 나오자마자
이거 뻔하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개가 궁금해지지 않았지만 끝까지 읽었다. 벌레는 카프카 이후 성역이다.
문장이 단정하고 단조롭다.

2. 임선우ㅡ낯선 밤에 우리는
제목이 좋다. 드라마 같은 우연이 작위적이고ㅡ금옥과 우연히 만나는 것, 달력을 보게 되는 것ㅡ 생리통 때문에 20년만에 만난 친구네 집까지 가는 것이나 시아버지가 달력에 부부의 일을 표시한 것은 지나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고 남편 캐릭터가 죽어있다. 페미니즘 비슷한 흉내를 내는 소설 느낌.
금옥이라는, 작가가 매료된 캐릭터를 살리고 싶었던 거 같은데 짧은 분량 안에 치밀하지 못하게 우겨넣었다.눈치껏 시어머니 대신 시아버지를 등장시킨 거 아닐까 의심이 갔다. 시어머니를 나쁘게 묘사하면 여성을 나쁘게 표현한다고 욕먹거나, 흔한 설정일까봐. 그래서 좀 약은 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분위기나 문체가 섬세하고 다정한 글이어서 좋았고,  금옥이가 매력있는데 여자의 임신 이야기와 딱히 접점을 모르겠고, 이야기를 하다 만 거 같아서 중편으로 보고 싶다.
이 글이 내 취향에는 소설로서 제일 괜찮았다.

3.전예진ㅡ숨통
재미있는 소재,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
포유류 운운하면서 교훈 쥐어짠 부분은 너무 직접적이었다. 문장력은 그냥 그렇고 발상이 흥미로웠다. 좀 더 상상력을 폭발시켰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묘사력이 부족해서 공감이나 연민을 끌어내진 못했다.
  
4.조시현ㅡ어스
어설프게 도전한 SF, 하나의 아이디어를 반짝 떠올린 뒤 그걸로 단편 전체를 이어가려고 애쓴 흔적. 너무 선생님처럼 설명적.
근데 조시현은 실천문학, 현대시 둘 다 등단해서 소설, 시 다 등단한 거네. 이건 대단함.
글 좀 쓴다고 SF 쉽게 보지 말 것ㅋㅋ

5. 조진주ㅡ모래의 빛
상실의 감정선이 구질구질함. 이모의 서사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 글이 단조로움.
  
6.지혜ㅡ미미가 내게 말하려던 것
제일 발랄하고 재미있었다.
용이라니ㅋㅋㅋ 소재는 진부하지만 진지한 버전의 웹소설 같았는데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흰머리 사육사와 연애 라인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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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평타 이하의 글은 없었고
근간 소설들과 SF를 열심히 읽고 영향 받은 것이 드러나는 글이 아닌가 싶었고,
분량 때문인지 완결성이나 치밀한 구조 같은 걸 캐치하기보다는
문장이나 흘러가는 감정 같은 걸 따라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고 다양한 글을 실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