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생각을 들키는 형을 선고받았다
나무가 강간당하고 있다, 라고 썼다가

소란을 말없이 껴안을 줄 아는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풍경을 묵인해야 하는지

얼굴없는 사람들은 말한다
아무도 지금이 몇 초인지 묻지 않아
구름의 모양을 정의하려는 사람은 없지
바로 내가 그러는 줄은 모르고

문제를 풀기 전마다 빗금부터 쳐놓는 것
언제부터 웅크리고 걷게 됐는지

둔감해야 할 때 민감하고
민감해야 할 때 미쳐버려요
나에게
근사한 병명을 진단해주세요

당신은 차분하다
그럼에도 상념을 흘리며 걷는 사람이 되렴
널브러진 옷가지는 차곡차곡 정리하면 돼

그래야지
가지는 가지의 방향으로
뻗어야 하는데

꼭 조준경은 나사 하나가 빠져 있다

잘못 끼운 첫단추 때문에 찢어버린 셔츠
눈에서 생기를 빼내는 방법
시선이 빗겨나가길 희망하면서

가로수는 파르르 떨고 있다
당장이라도 불에 붙을 자신이 있다





맨날 백석 서정주만 읽다가 눈 돌려서
요즘 시 읽고 써봤는데 좀 어떨지 궁금합니다
가감없이 무슨 말씀이라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집을 읽을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