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생각하던  상황과는 완전히 어긋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액급식비는 물론이고


수위에게 목에 거는 표찰따위는 없었다.




“ 니미럴… 이런 낡고 냄새나는 컨테이너에서 천길선배..


아니 .. 천길 영감하고 같이 지내야 하다니…


사랑하는 소명씨와는 이렇게 끝이란 말인가…”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엄청난 취업난 속에  재취업 하기란  꿈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어젯밤  가마치 통닭을


뜯어먹으면서 나를 축하 해준 가족들을 봐서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 아… 정녕 ..이 길뿐인가….”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고 있는데


등뒤에서  천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조금있으면 학생들이 등교하니까


호루라기하고   저기 빨간색 봉 챙기라구..


학교앞 황단보도는 우리가 나서서


교통지도를 해야 하니까..



“ 그리고 자네.


여기에 들어온 이상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놔..


자네가 자존심 내세운다고  여기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천길은   그렇게 말하고는


녹슨  1회용 면도기를  들고 거울앞에


서서  면도를 한다.


거울은 진한 갈색이었는데 부분적으로 금이 가 있었다.


면도날이 무뎌 면도가 잘 되질 않는지


천길은 인상을 찌푸린다.




“아..예 .. 물론이죠..  자존심.. 내려놓아야죠..”




나는 비굴한 웃음을 지어 내 보이면서


호루라기와 봉을 챙긴다.






오전이 지나가고 ….”








오후부터 먹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리는 것을 봐서는 쉽게 그칠 비는 아니었다





나는 천길과 점심을 먹고 쉬고 있었다.


얼마없는 식은 밥을 둘이 나눠


보잘것 없는 반찬과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친터였다.




“ 아. 잘먹었다. 식후에는 커피만한게 없지..”



천길은  오늘 점심이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믹스커피를  뜯어 종이컵에 쏟고 있었다.




“ 자네도 커피 마실라면 마시고


다른차도 많으니께 알아서 마시라구..”




“아.. 예.”




나는 근무한지 반나절 밖에 되질 않았지만


어렵지 않은 근무속에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있었다.

업무라고 해봐야   학생들 등하교때


교통 지도하고  이후에는 민원인이 방문시


기록보관후  밤에 순찰 도는것이 거의 주된 업무였다.

거기다   깐깐할줄 알았던  천길선배도  겪어보니  


사람이 나름 괜찮아 보인다.


오전에 근무하면서  실수를 몆번 했는데


천길은  쉴드를 쳐주었고 단 한번도


화냄없이 부드럽게  설명을 해주었다.


중간중간에는 실없는 농담을  서로 주고 받기도 하였다.



그는   짧은 상고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연약해 보이고 휘청거리는  걸음걸이에 비해

제법 민첩한 순발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눈은 항시 번득이고 있었는데


두 팔에  나있는 자질한 흉터들은


그가 쉽지않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