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생기로 가득하다. 그것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공허하다.
그 각기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댓가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닫지 못하고 저마다 공허한 영혼을 매우려 끊임없이 무언갈 갈구한다.
그렇게 도시는 이 절박함을 매개로 존재한다.
이 도시는 오늘날 우리의 주된 세계다.
채울 수 없는 공허를 위해 끊임없이 소비하고 소유하는 양식이 미덕인 사회에서 지쳐가는 사람들이있다. 사실 대부분 지치고 외롭지만 패배를 선언하는 약자가 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 아닐까.
경섭은 이런 생각들로 출근길에 서있다. 매일 가던 길은 크고 화려해보이지만 실상 똑같은 건물들로 늘어져있다. 조금이나마 숨을 쉬려면 돌아가야하지만 작은 도심천을 끼고 나있는 둑길을 따라 걸어야하기에 경섭은 자주 그렇게했다.
맥없이 축 늘어져 걷는 자신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 처럼 보일것임을 알지만 아무렴 신경쓰이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이는 본인이지만 오늘은 더욱더 헤아릴 수 없는 공허와 짓눌림에 숨을 쉴 수 없어
그 자신이 아무리 비참하고 초라해보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자조와 비관으로 목적없는 발걸음에도 자연과 생명은 그 본래의 빛을 여전히 발하고 있었고 그곳에 경섭을 붙잡는 시선이 있었다.
강변으로 나있는 잡초들 속에도 간혹 생명이라 불릴만한 꽃들이 있었는데, 유독 그날 경섭의 시선을 사로잡는 노란색 봉우리와 하얀색 꽃잎으로, 가녀리지만 올곶이 자라있는 생명이있었다. 경섭은 그 꽃을 보고 생각했다. 자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은건지 그 꽃이 어울리지 않는건지 이 세계가 우리가 어울릴 수 없는 곳으로 변한건지 혼란스러웠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은 이질스러웠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 꽃은 순수하게 아름다웠고 이 건조한 환경에서 더욱 숭고해보였다. 이 찬란한 감정과 함께 끼어든 파괴적 본성에 경섭은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 꽃을 꺾어버리면 자신의 텅 빈 존재에 불꽃을일으켜 잠시나마 강렬한 존재감에 사로 잡힐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역겨웠다. 그러나 그 상상을 멈출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