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벌레들은 차디찬 쇼케이스 안으로 들어와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내 생각엔, 그들은 유리병에 담긴 과일 주스와 라벨에 인쇄된 과일 그림에 홀리는 것 같다. 멀리서 수천 개의 낱눈으로 바라보노라면 그곳이 낙원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 벌레가 몇차례의 시도 끝에 쇼케이스로 들어왔다. 그는 순식간에 계절이 바뀐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만 눈 앞의 과일들에 곧장 마음을 뺏겨버린다. 벌레는 복숭아에 입을 맞춰본다. 그런데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다. 그는 손을 비비며 사과에서 포도, 포도에서 오렌지로 옮겨다녀보는데 역시 마찬가지다. 그 사이 쇼케이스의 살충적인 추위로 인해 그의 움직임은 서서히 둔해져간다. 그러한 몇차례의 기묘한 경험 끝에 벌레의 머릿속엔 의문이 떠오른다. "분명 망고는 열대 과일이라 배웠는데, 어떻게 이 추운 곳에 있는 거지?" 의혹은 점차 확신이 되고 그는 인간의 함정에 빠져 죽었던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다. 가엾은 리차드. 벌레는 눈물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그곳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하지만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이미 그는 심각한 저체온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앞에 놓인 과즙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들여다본다. 과즙과 그것을 가로막은 투명한 유리병, 그리고 그 유리병에 비친 제 얼굴을 차례대로 바라본다. 그 순간 벌레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하얀 입김을 뿜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뒤로 발라당 나자빠졌다. 그것을 내가 방금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