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늙고 눈먼 개가 나를 핥는다

 그 사람의 옷을 입고 같은 이불을 덮고 그 사람을 내내 끌어안았다가 일어난 아침,

 소리도 없이 찾아와 있었다

 

 개는 나를 아는가

 조심스럽게 눕히고 쓰다듬는다

 아득한 먼 곳을 바라보는 개의 눈이 조금씩 감긴다

 개는 나를 기억하는가

 

 개는 잠들지 못한다

 그 사람의 늙고 눈먼 개가 눈 감은 그 사람을 핥는다

 나는 그 개보다 조금 아래로 비켜서 그 사람의 팔과 뺨, 배에 얼굴을 부빈다

 

 그 사람은 나를 기억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스쳐가듯 지나간 먼 과거의 연인

 자라던 시절의 인연은 애틋한 감이 있다

 우리는 우연하게 만나 술을 마시며 어느새 자라난 서로를 확인했다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 사람은 나를 집에 초대했다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그 사람의 집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먼 과거의 꿈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그 사람은 얘기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먼 과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는 상상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몽환적이고 충동적으로 그 사람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사람의 늙은 개는 보이지 않았다

 

 알코올과 상상의 달콤함에 취했다가 깨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로 괴롭다

 두 이벤트의 동시적 발생은 늙은 개의 발견으로 귀결한다

 그리고 머나먼 미지의 무언가를 삼엄히 감시하는 듯 멍하면서도 정돈된 그 암청색의 동공에 빠져든다

 마치 고대 토테미즘의 잊힌 신들 중 하나처럼

 지끈거리는 현실에서 여전히 홀로 시야를 차단한 채

 그 길고 얇고 메마른 혓바닥으로 주둥이가 닿는 곳이라면 연신 핥아댄다

 지금은 침대 시트가 젖는다

 

 점심이나 먹자는 그 사람의 첫 문장이 천장에 달라붙는다

 더운 방이라 선풍기를 켠다

 바람에 날리듯

 그 사람의 집을 떠난다

 다시는 보지 못할 늙은 개가 걸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