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어느 무더운 여름의 일이었다. 동기도 없이 혼자 전입하게 된 아쎄이였던 나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 없이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내왔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내가 조종하던 상륙정이 고장을 일으키기 전까지 말이다. 상륙정 엔진의 어떤 부분이 망가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때 내 곁엔 정비병도 선임도 없어 혼자서 어려운 수리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응급 수리법인 올챙이 크림 주입까지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마실물이라곤 수통에 든 해병수가 전부였던 나는 죽음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첫날 밤, 상륙정은 부대에서 수만 리나 떨어진 어느 외딴 섬에 좌초했고. 나는 찐빠를 내 기열찐따 취급을 받게 된 아쎄이보다 더 고립된 신세였다. 그러니 동이 텄을 때 나를 깨우는 작은 목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 목소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기…… 아쎄이 하나만 그려줄 수 있어?”
“뭐?”
“아쎄이 하나만 그려줘…….”
나는 선임의 불호령을 들은 것처럼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두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장미처럼 새빨간 각개빤쓰에 팔각모를 쓴 이상한 사내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아이는 아이다운 왜소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포신을 가지고 있었다. 각개빤쓰조차 다 담지 못해 삐져나온 귀두를 보고 나는 짜세중의 짜세이신 황근출 해병님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고 나도 모르게 속으로 그 아이를 왕자지라 칭하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 사내아이를 바라보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부디 내가 있던 곳이 부대와 수만리나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하지만 그 작은 아이는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거나 지쳐 보이지 않았다.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른 것 같지도 않았고 두려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수만 리 떨어진 외딴 섬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넌 여기서 뭐 하니?”
그러자 아이는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나지막하게 다시 말했다.
“아쎄이 하나만 그려줘. 부탁이야…….”
마치 황근출 해병님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 해병의 기개로 가득찬 그 목소리와 대담함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수양록과 검정 모나미 볼팬을 꺼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열심히 배운 거라고는 선임들의 포신을 예열시키는 방법이나 토하지 않고 목구멍까지 자지를 삼키는 법, 해병짜장 제조 정도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약간 풀죽은 듯한 목소리로) 그 작은 사내아이에게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말했다. 아이가 대답했다.
“상관없어. 아세이 하나만 그려줘.”
그래서 나는 아쎄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모델로 한 평범한 체격의 아쎄이였다. 그 아이는 그림을 꼼꼼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아니야! 이 아쎄이는 너무 작아! 내 포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문이 찢어져 버릴거야. 다른 아쎄이를 그려줘.”
나는 또다시 아쎄이를 그렸다.
이번에는 맞선임을 모델로 한 우락부락한 근육에 한껏 기합이 가득 든 얼굴을 한 아쎄이였다.
자그마한 내 친구는 훈련소 조교마냥 엄격 진지한 표정으로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 봐봐. 이건 해병이 아니라 기열땅개라고. 팔각모가 아니라 베레모를 쓰고 있잖아…….”
할 수 없이 또 다른 아쎄이를 그렸다.
그 어떤 포신도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거대한 엉덩이를 가진 아쎄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 아쎄이는 항문에 커다란 점이 나 있어. 신경이 쓰여 전우애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상륙정의 엔진을 한시라도 빨리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 아무렇게나 대충 그림을 그렸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해병 전우회 컨테이너야. 네가 원하는 아쎄이는 이 안에 있을 거야.”
그 순간 나는 꼬마 심사관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나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한 게 바로 이거야! 이 아쎄이는 얼마나 크게 입을 벌릴 수 있을까?”
“그건 왜?”
“내 포신은 아주 아주 커서 말이야…….”
“걱정할 필요 없어. 해병은 만들어 지는 법이니까.”
이것이 어린 왕자지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이정도면 한국 문학 상위 0.01%쯤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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