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고통에 대해 대중 다수가 공감하고 연민해주고 한편이 되어 준다는 건 두렵지만 든든한 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쉽게 선과 악을 나누고 너무 쉽게 남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게 아닐까. 나는 이것이 고통과 연민에 정의를 더해 무적이나 다름 없는 '숨겨진 갑'의 대중에 대한 가스라이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속 피해자이지만 갑이라고부를 수 있는 건 그 숨겨진 자는 모두로부터 숨어있지만 이야기 속 가해자(?)는 모두로부터 공개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게 패놉티콘을 역으로 만든 것 같기 때문이다.

중앙의 탑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공인이 있고, 그 탑 안에는 불이 환하다.
우리는 어둠 속에 있고, 그는 우리를 볼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진짜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자도 얼마든지 탑에 돌을 던질 수 있다. 질투하고 그냥 싫고 쟤가 떠서 다른 회사에 스카웃되는 게 기분 나쁘고 쟤가 떠서 내 광고를 빼앗는 게 속상하고 쟤가 캐스팅 되어 내가 떨어진 게 분하고
그냥 누구든 성공하는 게 싫고 그냥 옛날 애인이 비슷하게 굴었던 게 생각나고

이런 다양한 이유들을 걸러낼 장치가 전혀 없이,

폭로했다ㅡ알고보니 팩트다ㅡ나쁘다ㅡ꺼져라
의 수순으로 한 사람씩 보내버리는 구조가 과연 정의로운 걸까.

사람한테 아주 다양한 면이 있을 거고 연인 사이에서는 더욱 그럴 텐데 이게 사기나 폭행과 같은 범죄적 측면이 아니고서는 헤어진 연인의 뒷이야기는 개인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부부 문제마저도 불륜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방향으로 왔는데, 어째서 공인의 연인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헤어진 사람의 입을 통해 시시콜콜 듣고 비판해야 하는지,
피로하고 불필요한 짓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여자분이 글로 쓴 것도 나는 실제적으로는 리벤지포르노나 다름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안에다 싼다고 했다는 둥 그런 표현은 비록 영상이 아닌 글이지만 둘의 성관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나 설명에 해당하고 상대는 특정된 상태이므로,
그런 표현도 상당히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같다.
반대로 남자가 특정 여배우를 대상으로 한 성관계에서, 여배우가 한 말을 글로 써도 역시 리벤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낙태의 경우 나는 여성의 결정권이 좀 더 중요하다고는 생각하고, 그럼에도 한 사람이라도 원하지 않는 경우 설득과 대화를 해서 둘이 해결할 일이라고 본다.
회유는 설득인가 아닌가?

헤어지고나서 생기는 버림받은 듯한, 나만 손해본 듯한 느낌에 날 떠난 사람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인지상정으로는 무너뜨리고 싶고 치를 떨 수 있다.
그러나 그걸 공개해서 개인의 성관계 얘기까지 폭로하는 것은 결이 다른 문제가 아닐까.

범법행위를 제외하고는
제발 둘이 좀 해결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