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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 한 권만 다 갈아도 방 전체를 족히 채울 양의 세절지가 나온다.

보일러가 고장났지만 수리비가 없어 덜덜 떨고 지냈다. 고심 끝에 수동세단기 하나를 빌려와 종이톱밥으로 방을 보온하기로 했다.

빌리는 김에 버리는 세절지도 2L 세 봉지 받아왔고, 내게 쓸모없는 공책은 많았기에 하루종일 종이를 갈았다.

방에 15cm의 톱밥층을 깔고 벽도 신문지로 도배해서 햄스터처럼 지냈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벌벌 떨고 지낸 일요일 오후, 세절지층 아래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절지를 뒤적이니 우흥하는 소리가 났고 노알라 하나가 머리를 디밀었다.

노알라는 다시 세절지층 아래로 사라졌고, 그 아래로 끝없는 세절지층이 계속되었다.

나는 세절지 아래로 파고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