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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오늘 밤이 만약

내게 주어진 마지막 돛대와 같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음 지나온 나날들을 시원하게 훑겠지

스물 여섯 컷의 흑백 필름

내 머릿속에 스케치

원하든 말든 메모리들이 비 오듯 쏟아지겠지

 

엄마의 피에 젖어 태어나고 내가 처음 배웠던 언어

부터 낯선 나라 위에 떨어져 별 다른 노력 없이 배웠던 영어

나의 아버지에 대한 혐오와 나의 새 아버지에 대한 나의 존경

갑자기 떠오른 표현, 나의 삶은 오렌지색의 터널

 

고개를 45도 기울여

담배 연기와 함께 품은 기억력

추억을 소리처럼 키우면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 실루엣

시간은 유연하게 휘어져

과거로 스프링처럼 이어져

아주 작고 작았던 미니어쳐

시절을 떠올리는 건 껌처럼 쉬워져

 

내게도 마지막 호흡이 주어지겠지

마라톤이 끝나면 끈이 끊어지듯이

당연시 여겼던 아침 아홉 시의 해와

그림에 몰두하던 밤들로부터

이젠 희미해져가

말보로와 함께 탄, 20대의 생활,

내 생애 마지막 여자와의 애정의 행각

책상 위에 놓인 1800원짜리 펜과

내가 세상에 내놓은 내 그림이 가진 색깔까지

모두 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삶이란 게 좀 지겹긴 해도 좋은 건가 봐 엄마, 걱정하지마

엄마 입장에서 아들의 죽음은 도둑 같겠지만

내가 당신 마음 속에 있을 거야, 영원히

그리워할 필요 없어, 나는 이 그림 안에 있으니까

 

나의 목소리를 잊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