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사창가에서
돈 5만 원짜리 여인에게 처음을 줬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을 나눈 것은
처음이 아니라는 말을 하곤 했다
분명 그 여인을 끌어안고는 
사랑한다고 말했을 텐데 말이다
해가 바뀌고 
한 사랑이 다가오고
한 사랑이 떠나가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그 사랑이 바로 떠나가고
아무튼 사랑이 찾아왔고
사랑하는 이를 두고 눈 맞은 낯선 이와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몸정을 나누었지만
남은 건 후련함이 아닌 찝찝함
뜨뜻미지근한 잠자리에 남은 건 씻을 수 없는 낙인
저는 사실 애인이 있습니다
하며 상대방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는 아무 말도 않고 나의 눈을 바라봤고
남한테는 그렇게 가혹한데
본인에게는 어쩜 그렇게 관대하냐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몰려드는 죄책감에
결국 그날 저녁 다섯 평 남짓한 모텔방 이불을 박차고 뛰어나왔고
숙박인데 왜 벌써 나오십니까 하는 모텔 주인장의 말에
세상이 씨발이라 외쳤고
서비스 박카스 두 병을 받아
4차선 도로를 걸으며
세상이 좆같다는 말과 함께
막차에 몸을 실었다
예뻤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예쁘더라
그런데 자꾸 애인 생각이 나더라
잘하더냐는 그 질문에
잘하더라
그런데 좆같더라 하며
빈속에 담배나 태웠던 지난 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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