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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평범한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누가 부를 때 오해라도 할 수 있게. 남들에게 이름을 밝힐 때 또박또박 글자를 끊어 말하고, 되물으면 다른 단어로 예시를 들어줘야 하는 것도 귀찮고. 원하는 이름은 있어요? 그냥요. 그냥 흔한 남자 이름이요.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표정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우현이요. 우현? 한자는요? 한자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아는 한자도 별로 없고요. 비우에 검을현 밖에 안 떠올라요. 우중충하니 좋네요. 잘 어울려요. 그거 욕이에요? 기분 좋은 취기가 올랐고 흐름 없는 대화에 웃음이 자주 겹쳤다. 장난이고 이름이요. 잘 어울린다고요. 무슨 의미예요? 그냥 느낌이요. 이름을 가지고 길게 대화한 경험이 없어서 신선했다.

한 번 멀어지고 나면 나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느낌 들어본 적 있어요? 고작 한 사람하고 모르는 사이가 되는 건데. 그녀의 말끝이 흐려졌다. 갑자기? 이야기가 자꾸 통통 튀는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저는 누가 제 이름을 부르는 걸 자주 들었거든요. 이상하게도 헤어지고 나면 더 자주 들려요. 심지어 목소리 톤도 비슷하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았어요. 남자들 목소리 비슷하잖아요. 들어보니 썩 부러운 건 아니네요. 더 슬픈 건 나만 놓으면 끊어질 걸 아는데 붙잡는 단계 아닐까 싶네요. 그것도 너무 싫죠. 주량에 맞게 알아서 따라먹자던 그녀가 술병을 내쪽으로 건넸다. 딱딱하던 첫 만남이 생각나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좀 친해졌나요? 그럴걸요. 오늘 한 얘기 집에 가서 후회할 거죠? 아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