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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 뭐가? 만난다고 했던 사람. 아, 어땠지? 별로였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럼? 그냥 어…. 오묘했어. 오묘했다고? 응.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나 보네. 뭐가? 오빠 저번에 영화 하나 보고 오묘하다더니 일주일 내내 그 영화 얘기만 했던 거 기억 안 나? 마츠코? 아니 철창이 어떻고 물고기, 바닷소리, 했던 영화. 아, 인디아일. 그래 그거. 마음에 드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한참 들떠서 후기를 찾아보던 때가 떠올라 부끄러워짐과 동시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 경우가 있다. 모르는 사람은 시공간이 뒤틀려서 이 쓰레긴 뭐지 하고 지나가는데, 아는 사람은 격하게 공감하고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누군가 주술이라고 부르는 문장이 다 이해되는 경우. 그런 날이었다. 무슨 얘기 했어? 별 얘기 안 했어. 이것저것.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네. 다음엔 나도 가면 안 돼? 서로 불편할 텐데 가서 뭐하게? 소개해 줄 사이가 되면 인사시켜 줄게. 뭐야 더 만나겠다는 거네? 그런 분위기 아니야.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하면서. 사실 맞아. 은사님 다른 제자라고 하니까 궁금한 거지 뭐. 오빠 반응도 재밌고.

그녀와의 첫 만남이 편했던 건 아니다. 그에게 나 말고도 다른 애제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내겐 유일한 은사였는데, 나는 그에게 유일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 그 생각들이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증폭시킨 게 없지 않아 있었다. 일종의 질투이자, 인정하기 싫은 집착. 이별, 상실이라는 것, 사람을 잃는다는 것. 젠가 같다고 생각했었다. 내게 박혀있는 상대방을 밀어내고 나면 무너지고 마는 게임. 그녀는 내 말을 듣더니 볼링 같다고 했다. 스트라이크를 치지 못하면 함께 스페어 처리를 해줄 사람을 찾으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색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의 얘기를 듣는 상황은 대부분 즐겁다. 그날 이후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건 부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