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려면,
세상에서 정의하고 통용하는 시가 뭔지는 대충 알아야지.
개설서를 읽는 건 도움되지만 어쨌든 간접적인 경험이 되는 거고
직접 시를 읽어야지.
다만 어떻게 읽냐가 중요하겠지.
남들이 추천하는 괜찮은 시집 한 권을 골라
이제 그 시집에 관한 비평을 하나 쓰기로 하는거야.
시집을 비평하려면, 일단 뭐 시집 전체 구성 같은 것도 한 번
따져봐야지
그리고 비평문에서 거론할만한 시 몇 편을 골라서 자세히 읽어야겠지.
그래서 괜찮다 싶은 시를 골라서
한 편 씩 분석해보는 거지
시 한 편을 두고 30 분이고 1 시간이고 분석을 해보는 거야
항목을 메모해가면서
한 번에 할 수도 있고
한 시를 두고 그렇게 띄엄 몇 번에 걸쳐 보게 되기도 할텐데
자세히 보다 보면, 분석하다 보면 그런 시들이 있어
처음에 읽을 때 안 보이던, 전혀 새로운 문 같은 게 잡히고
내가 열 수 있는 문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 나름대로 열었을 문)
그렇게 한 편 씩 분석하다보면
이 시인의 다른 시들도 다르게 보이지,
경험이 있으니 보다 수월하게 분석되기도 하고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시 한 편을 두고 30-1시간 정도 분석하면서
항목을 적어보면서 읽는 거고
비평문을 완성한다고할 때 읽다보면
처음에 골랐던 거랑 전혀 다른 시를 거론하게 될 수도 있지.
그러나 하나 ㅈ같은 글을 완성하고 나면
다음엔 뭔가 더 잘 쓸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
어쨌든 발전은 내 글의 그 ㅈ같음과
그 시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마주보며 발전한 거긴 하지만
감각에 반해서 입문했는데 감각만으로는 한계가 있겠구나
감각은 순식간에 오고 느끼는 건데
내가 네 시를 읽어보면, 감각하기에는 너무 피상적이고 1차원적인 면이 있어
그러면 감각에 보다 집중해봐. 감각은 네 오감 등으로부터 직접 오는 거인 거 알지
독자가 그 감각을 같이 느낄 수 있게 깔아쥬는게 시야
오케이!
오 근데 확실히 고인물 냄새가 난다 너는(칭찬) 열심히 공부해볼게 근데 요즘 고민인게 이미지들의 연결을 일부러 차단하는 시들도 있잖아. 논리적인 연결이라면 어느정도 하다보면 될 거 같은데 불연속, 해체, 이질적인 이미지의 병치 이런 건 그냥 센스로 하는건가?
막 사과와 벽 이렇게 놓으면 이질적인 이미지들 사이의 불가해한 지점 때문에 역동성이 나온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거든
네 의견도 궁금해
얘기 하려면 굉장히 많은 얘기를 해야하는데... 논리 - 이성의 한계, 그에 대한 비판 - 무의식 , 비인과적, 비논리적 구조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 감성 등등. 시는 기본적으로 명상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함. 사과와 벽이 차라리 너가 썼던 구절보다 시적인 거 같아. 그걸 두고는 명상을 할 수 있으니깐. 내가 명상을 한다기보단 네가 명상한 자리를
내가 오해하고 가 있을 수 있는 거지. 근데 만약에 네가 잘 배려된 구조나 실마리를 둔다면 나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시간을 이해할 수 있는 거고.
시는 다 말하는 거가 아님. 연애한다고 생각해봐. 모든 걸 다 바깥에 내놓고 아무 의문도 수수께끼도 남기지 않는다면 연애가 불가능하지. 시는 말로 하는 거기 때문에 항상 말의 한계에 부딪치고..이미 2000 년 전부터 뛰어난 시들은 말들을 통해서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지각시키는 수사학을 쓰고 있음. 수수께끼든, 여운이든. 분위기를 남긴다는게 뭔가 말로
다하지 못한 게 남는다는 거거든. 모순이든 역설이든 이율배반이든 그런 걸 위해 탄생한 수사학이고. 시가 왜 행을 가르고 연을 나눠서 빈 공간을 많이 두는지 생각해봐. 그게 단지 빈공간일까? 사과와 벽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공간이 생기는 거고, 그걸 가지고 우린 시적인 뭔가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아주 간단하게 "나보기가 엮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표면과 이면이 괴리되지.
자기 작품 하나 없는 주제에 뭐 이리 혀가 길어 ㅋㅋㅋ 이거보고 혹하는 뉴비도 참 순진하지
정말 좋은 말이다. 황병승 황인찬 시인이 참 두고 읽기 좋더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