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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팔티를 입은 사람들과 긴팔티를 입은 사람들이 한 거리에 보이고, 6월의 중순이 이제 막 지난 때부터 나는 장마를 기다린다. 이맘때쯤이면 나는 높은 계단을 오르느라 땀을 흘리던 당신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때때론 먼저 앞서 당신의 손을 잡아 끌어올리기도 했고, 때때론 당신 뒤를 쫓으며 양 손바닥으로 엉덩일 밀어 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의 입으론 힘들다 말했지만 당신의 다리는 멈춤 없이 내 부축에 고마워했다. 또 우리 집이 있던 마지막 계단을 밟고 나선 씩씩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비가 오던 날에는 계단을 올라가는 당신이 들고 있던 우산으로 계단을 톡톡 두드리던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당신의 뒤를 쫓는 동안 계단을 내려다보며 당신이 우산으로 계단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처음 크게 싸웠을 때를 기억한다. 크게 싸우고 올라탄 버스 안에서 서로 미운 것을 보이기 싫어 우린 같은 목적지를 두고도 다른 길로 걷겠다며 억지를 부렸고, 나는 버스를 타고 도착한 집 앞에서 오늘은 밀어주어야 할지 당겨주어야 할지를 고민하며 담배를 태웠다. 우습게도 먼저 택시를 타고 도착한 당신이 내게 '어서 올라오라'고 전화를 하기 전까지 말이다. 종종 떠오르는 마지막 기억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당신도 혹시 장마를 기다리나. 혹시 아직도 우산으로 계단을 톡톡 두드려 내게 길안내를 해주고 있을까. 당신은 아직도 내게 잘 잤느냐 인사를 건네고, 나는 없는 당신을 고민하며 타박타박 담배를 태운다. 그리고 이제 막 6월이 지나갈 중순이면 나는 여전히 이른 장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