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가로수 아래 버려진 화분 하나 주어 왔다

 

모양도 적잖이 이쁘고 넘어졌을 때 흙이 쏟아져

조금 모자란 것 외엔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크기만 작았지 입구가 넓은 갈색 장독대 같다

흙을 솎아내니 잔뿌리가 아직도 옹골지게 흙을 부여잡고 있다

 

밖의 시간은 송두리째 버리고

속은 다시 죽을 것처럼 빗나가고 있다

희망을 버리고 비정을 잡고 있느라 홀로 지은 무덤 같다 

 

뿌리 내리기는 좋았으나

그사이 본 것을 기억하느라

줄기가 잘려 나간 줄도 몰랐을 것이다

단단해질 시간에 영면을 풀어헤쳤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여태 바닥까지 내려온 것인데

바깥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섬광 같이 터져버린 것이 꽃이 아니고 백일몽이었으려나

 

남의 것을 함부로 들이면 안 된다고 하는데

무시무시한 외면을 받고서 집에 들인 화분 하나

무엇을 심을지 고민이 창가로 휜다

 

사랑해도 된다 싶을 때

화분에 손 하나 묻고

햇볕을 맞고 바람을 들이면 나도

당신 살냄새 한 줌 가져올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