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란
어쩌면 나는 깊은 증오 속에 살고 있었다
왜냐하면 세상이 황금색이었기 때문이다
다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라리 모두 붕괴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죽음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것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
인간은 나름의 형식을 구성해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9월의 마지막 날 어떤 가을 바람을 타면
세계를 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영원한 추락 속에서 문은 열리지 않았다
찬란한 질식사
혹은 고상한 과다출혈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잘린 귀가
내 손에 있었다
아니 그저 그림 같은 세계는 없었다
오직 한 화폭의 공간만이 나에겐 필요했지만
여백이 없는 공중에 창조의 틈은 허용되지 않았다
흰 도화지는 흰 도화지는 그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남고
내 안구를 적출한 구형의 지구본에 나는 지구를 그렸다
그 속에 너와 내가 서 있을 테니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을 예정이었다
여백만 있는 공중을 여백이 없대네 핑계 아닐까
깊은 증오 '속에' 살고 있었다왜냐하면 '세상이' 황금색이었기 때문이다다 흘러내리고 '있었다'차라리 '모두' 붕괴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죽음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인간은 나름의 형식을 구성해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허용되지 않았다''있을 예정이었다'
엔터가 왜 증발했지
아무튼 세상에 불만이 많다면 눈을 뽑는 게 아니라 세상을 뽑아버리고, 추락하는 게 싫으면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창문을 닫아야지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불평만 하고, 원래 그렇게 되어있다며 변명만 하고
세상을 바꿀 거면 세상을 사랑하거나, 세상을 증오해야지 세상을 보기 싫다며 눈을 뽑아버리고 거기에 이상향을 그리고
결국 그조차 또 하나의 지구고, 예정이니 뭐니 결국 되어있는 일이고 도망치는 의미조차 없어졌는데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도망치려고 해도, 나는 세상을 붙잡고는 거기에 매달려있을 뿐이었다.' 이게 하고싶은 말임?
세상이 황금색인 것도, 네가 죽음도 삶도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허공에서 추락하고 있거나 이 세상에 여백이 없는 것도, 정말로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잖아 차라리 모두 붕괴되었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뭘 알든 모르든 의미있든 의미없든 일단 망치부터 들고 휘둘러 반 고흐는 귀를 잘랐지만 자른 귀를 바라보며 소리를 들으려 애쓰지는 않았어 눈동자를 뽑았으면 버려
질식하느니 익사하고, 과다출혈로 죽느니 참수당해라 찬란하지도 고상하지도 않게 불명예스럽게 죽어 핏값은 치뤄야지 않겠어
으 귓청
와, 너 뭐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이게 시인가?
연 좀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