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



1

자리가 모자라 모르는 사내와

마주 보며 막국수를 먹습니다

 

남자끼리 이럴 땐 괜스레 바쁜 척을 하느라

시계를 보는 시늉이 갑자기 없던 습관을 낳습니다

 

같이 먹자고 깍두기를 담은 종지 하나를 복판에 두고

애써 서로의 시선에 떠넘겼습니다

편히 먹으라고,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각자의 마음속에 반찬을 꺼내 먹는

이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풍습이라면

배려는 어디쯤 놓아야 진중할까요

 

차라리 먼저 앉은 사내가 느긋하면

덜 미안할 법도 한데 기다린 시간보다

먹은 시간이 가벼워 보여 떠난 자리가

조금 억울해 보이기도 합니다

 

선을 그은 것도 아닌데

덩그러니 놓인 대접 안에 남은 국물이

사내의 염려만큼 눈금을 맞추고 있습니다

 


2

늙은 뱃사공이 노를 거둬들인다

눈을 감고 드러누워 느리고 길게 마지막 하품을 한다

갈지자처럼 유서를 쓰며 떠내려간다

갈매기 한 마리가 마중 나와 있다

생몰의 변두리가 명쾌해지고

배를 운구하는 민물이 조용히 하구에 다다르고 있다


 

3

만나지 못할 사람의 이름을

입 밖으로 몰래 발음해 보는 비 오는 아침

의식 없이 만나는 두 입술엔 죄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