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문은 여기서 확인 ㄱㄱ 말하는 희망 외 | 계간 창작과비평 (changbi.com)

저는 표제작 「말하는 희망」만 놓고 대체 이번 시들이 뭐가 구린지 찌끄려 보려 합니다.



1연의 "빵을 구웠다"와 그 뒤 문장 "오븐에서 부푼 빵을 꺼내면"이 동어반복입니다. 시의 시작으로는 치명적으로 루즈해질 위험이 있지요. 특히 생판 남한테 시로 평가받는 신인상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차라리 2,3,4행만 보여주는 것이 좋았을 듯하네요.


2연에서 "붙잡고 소리 지르고 싶어도/입을 다물게 되는 사람들의 표정".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문장이 복잡합니다. "붙잡아도 표정을 보면/목소리가 안 나오겠지" 이 정도만으로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을까요.


3연은 1연의 연장이네요. '네'가 왜 감격스러운지는 5연에 나오지만, 이걸 굳이 3연에서 등장시켜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쓸데없는 복선같이 느껴져요. 그냥 빵 이야기 정도만 넣어도 됐을 것 같습니다.


4연은 진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 미래를 생각할 수 없었다"는 너무 뻔한 진술이네요. 그 다음 문장도 개인적으로는 별로입니다. 앞의 두 문장들이 "트랙의 저 멀리에도/밟혀 죽을 것 같은 작은 것들은 너무 많았다"의 동어반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요.


5연의 진술도 많이 뻔합니다. "사랑하는 것들 나열하기/마지막엔 꼭 죽음이 붙었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진술들은 앞에서 나온 떡밥들을 갈무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네요. 1연에서 5연까지 올 동안 시가 전혀 전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3연에서 '감격'이라는 것이 5연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등장합니다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화자(들)과 함께 감격해주고 싶지는 않네요.


차라리 6연이 시의 시작이어야 했습니다. "빵을 접시에 담는다/할머니가 침대에 쪼그려 누워 있는 모습이다". 시에서 그나마 상상력이 보이지 않습니까...


문제는 다시 7연에서 상상력이 사라집니다. "자정이 되자 공원의 모든 불이 꺼진다"와 "저 불은 다시 켜질 것이다". 인간과 다른 생활 주기를 가지는 가로등의 이미지가 이 두 문장으로 끝난다는 건 화자의 역량이 많이 딸린다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8연에서는 1연의 '희망'을 수미상관적으로 가져 옵니다. 근데 시는 끝났는데, 뭐가 희망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깨끗하게 닦인' 접시의 이미지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자가 너무 무기력해 보여요. 맨날 공원 걷는다고 절대 부지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시의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 그것들을 모두 덜어내고 나면 그저 산책하고 있는 소시민 1의 상념밖에 남지 않습니다. 뭐 충분히 그런 시들도 많고, 꽤 시적으로 있어 보이게 썼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게 더 치열하게 쓰는 화자 내지 시인들을 제치고 신인상을 타서 300만원을 꿀꺽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시인가? 하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귀찮아서 표제작만 리뷰합니다. 어차피 다른 시들도 이거랑 비슷한 결이라서 딱히 더 지면을 낭비할 가치가 없을 것 같네요.

일부 글에 문갤러들이 심술이 나서 그냥 까고 본다고 하는 말이 있던데,

대충 리뷰 쓰긴 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고 나니 차라리 저도 그냥 덮어놓고 까는 쪽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