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텅 비게 하는 빛을 조심하라

차가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은지 벌써 이틀째, 이상하리만치 목도 마르지 않고 입맛도 없다. 책상 위에 있는 조각난 사과는 이미 통나무처럼 뻣뻣해지고 작은 파리들의 연회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가끔 빛을 발하는 천장의 형광등은 삶에 대한 나의 열정만큼이나 빛을 발하려는 욕구가 적어진 듯 하다. 몸을 일으켜 창 밖을 바라보자, 엷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여름에나 쓸법한 챙이 있는 모자에 울코트를 몸 위에 껴 입은 채 음울한 거리에 격식을 더하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빗줄기가 너무 가는 탓인지 내 손바닥이 초라한 탓인지, 빗방울마저 가난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을게다.

어머니에게는 골방에 처박혀 돈도 안 되는 글을 쓰는 나도, 이 가난도 진절머리가 나신 게 틀림없다. 내게 허락된 양식이라곤 수돗물과 반쯤 썩어 토막 나진 사과조각들. 가끔 작은 구멍에서 벌레들이 발견된다. 그때가 내가 유일하게 삶에서 유희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온전했을 맛있었던 때의 붉은 영광을 이 녀석들은 먼저 맛보지 않았던가. 난 그런 영광에 심취한 자들을 집어들고는 하얀 종이 위에서 춤추게 허락한다. 그들은 내 꼭두각시가 된 듯, 아편에 취한 듯 몸부림치다 토하고 배설하고 이내 잠들었다.

영광에 찌든 자들이 자리를 비켜주면 이내 난 그들의 제물을 친히 내 뱃속으로 바치고 흰 파피루스 위를 검은 도료로 물들게끔 미끌인다. 생각은 나를 더디게 한다. 유한한 육체로 무한한 념을 좇자면 머리에 당근을 묶어놓고 그 당근을 취하려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내게 있어 당근이 목표였던 적이 있던가. 말에게 있어 당근이 없었더라면 앞으로 전진하지 않았을 것인가. 당근이야 어찌 됐든 상관없다. 당근이 내 밥상에 오르는 날이면, 나는 영광에 심취한 자들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복종하는 꼭두각시들은 필요하다. 그들은 우리에게 가장 친한 벗이고, 동료이며 또한 연인이고, 가족이다. 난 내게 허락된 피붙이들을 내 꼭두각시라 여기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 느끼듯, 그들도 나를 그들의 꼭두각시라고 느꼈을 것이다. 아비라 부르는 자는 말이 없다. 그는 어미의 말 몇 마디에 수저를 내리고 물잔을 들며, 침대로 향하는 그런 꼭두각시다. 또한, 그는 근엄한 눈빛으로 날 조종한다. 어미의 말 한마디는 비 오는 날에도 날 알몸으로 밖으로 향하게 했다. 그런 날이면 상품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마저도 커튼을 내리고는 어미의 눈빛을 피하는 듯했다. 내 작은 방안의 어둠을 앗아가는 형광등이 그 힘을 잃어갈 때 난 두렵다.

내 그림자가 마침내 일어나 내 목을 더듬을 때, 난 힘을 잃어가리라.
어둠은 내 가장 친한 그리움이다. 그가 찾아오면 난 많은 과거의 잃어버린 것들을 붙잡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원래야 실체는 없었으니 우린 헛발질을 할 수밖에.

언젠가 그리웠던 향기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 향기는 밝은 꿈속에서 내 기억을 간질였다.
향기에는 실체가 없으니, 또한 내 꿈도 그러했다. 바다에 검은 먹칠을 해 하늘에 거꾸로 찍어 냈을 때 하늘은 다시금 푸름으로 바다를 물들였노라. 추상적인 것들은 언제까지나 추상적으로 두어야 한다. 우린 그것을 좁은 문 안으로 밀어 넣어야 할 자격이 없다. 그럴 자격이 있는 자들은 오랜 시간 전에 전부 굶어 죽었다. 오히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굶어 죽어갔던 그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가장 입에 담고 싶어했던 음식일게다. 난 그 음식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니 들은 바도 없다. 하지만 그 음식의 향기는 맡은 적이 있다.

그 향기는 가장 어두운 내 꿈에서조차 악취를 풍겼었다. 오늘은 그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허기가 가장 부패했을 때, 그것을 집어든 타락한 자들이 서로의 꼭두각시를 자처할 때, 난 그들을 내 파피루스 위에 짓이겨 그들의 영광으로 가장 보편적인 가난을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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