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 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어떤 여자가, 누가 듣더라도 맛이 갔다고 인정할 목소리와 억양으로 "우어우어우어" 혹은 "어우어우어우"라는 소리를 반복해서 낸다. 벌써 좀 된 일인데 그렇다고 1년까진 아니다. 그 사람은 미친 여자일 것이다. 그런데 한두 가지 불운만 겹쳐도 사람이 미치기란 쉽다. 역사상 처음으로 그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그것은 아주 멀리 떨어진 길에서 들려왔는데, 마치 민방위 사이렌 소리를 흉내 내는 소리처럼 들렸다. 혹은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오르가즘을 느끼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소리 같았다. 그 여자와 같은 길에 있던 사람들은 겁 좀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숲 사이에 무령왕처럼 누워 있던 나와는 별 상관 없는 일이었다. 


이후로도 몇 차례 그 정체불명의 소리가 머나먼 어딘가에서 들려올 때마다 나는 저 사람이 아직도 돌아다니는구나, 요양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다 한동안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관이 지금에 와서 평하건대 그것이 요순시대였다. 그 짧은 태평성대가 끝났을 때, 그 소리는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요양해야 할 곳이 우리 아파트였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그렇지 않아도 유독 하자가 많은 우리 아파트의 음향 시스템에 떨어진 백린탄 같은 것이었다. 오래된 아파트라 위층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고, 새벽에 귀를 기울여보면 벽 너머 어딘가에서 심장박동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곤 했다. 더구나 경비실의 안내 방송은 비밥 재즈와 쿨재즈 사이의 아니리 같아서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가 나올 때쯤엔 경비원의 목소리 너머로 누군가 항의하려고 건 인터폰 소리가 들리곤 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어우어우어우" 소리에 비하면 그것들은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Love is Blue>처럼 감미롭게 느껴진다.


그 목소리는 정해진 스케줄이 아니라 뜬금없는 타이밍에 건물 고층에서 들려오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비틀즈의 루프탑 콘서트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어제는 새벽 5시에 들려왔다. 그때 나는 거실 소파에 누워서 미쳐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소리가 들려왔다. 아는가? 새벽 5시는 정말 조용한 시간이다. 새벽의 차갑고 투명한 공기 속에서 그 목소리는 잘 깎인 연필처럼 선명했고, 내 머릿속에 스케치를 남겼다. 거의 확실히, 그 여자는 열린 창문의 방충망 앞에 서서 그런 소리를 내고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로 나이를 가늠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7살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70살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어쩌면 7살이 되어버린 70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건 그 집의 누군가가 그녀를 돌봐줘야 했다. 새벽 다섯 시엔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