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하는 윗집이

어떤 날은 사복 차림으로

종량제 봉투 쥐고서 나를

멀건멀건 쳐다보더랍니다

 

그러면 괜히 어딘가 시큰거리고

온 몸 곳곳에 사가 끼는 듯 하여

급하게 등을 돌립니다

해가 이제 다 넘어갑니다

 

나는 어떤 상념으로부터 도망쳐 왔는지요

윗집 영험한 무당은 나에게서 뭘 봤는지요

어디 굿 거리서 냉큼 올라탄 귀신이 있다면 차라리

맘 편한 두렴이겠습니다

 

낯선 낙엽들이 계절이 풍적풍적

제쳐온 해노을 궤적을 그리고

그 옛날 무던한 가난

신병 앓았다던 우리 엄마는

물에 보리밥을 말아먹고 나았답니다

 

아,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면

견딜 수 없도록 먹먹해져요

 

뉘엿 해 넘기는 산턱 보고

밤벌레 소리 드문 들려오면

나에게도 깃드는 듯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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